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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서민가계 대책의 한계

김인모 <논설위원>

지난해 우리 국민은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2004 국민계정’을 살펴보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교육비 지출을 줄였고, 오락ㆍ문화비는 물론 음식료비와 교통비 지출까지 전년에 비해 감소했다. 의료비와 통신비를 제외하고는 가계소비 지출의 거의 전 부문이 축소됐다. 고용부진으로 소득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지난날의 카드거품 등이 빠지는 가계부채 조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마디로 말해 ‘가계 IMF’를 겪으면서 가정마다 구조조정에 돌입한 셈이다. 일자리 못늘리면 효과 없어 새해 들어 정부가 소득의 양극화 해소와 재정지출의 증대로 경제활성화에 전력한다는 목표를 내놓자 중산층 및 청년층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올해 예산집행을 상반기로 앞당기고 종합투자계획을 세우며 신용불량자 대책을 서두르는 등 경제회생을 위한 전방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정부는 심지어 근로의욕을 고취시킨다는 취지로 오는 2007년부터 근로소득보전제(EITC)까지 도입하겠다고 한다. 물론 목표에도 미달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었지만 그나마 성장기여율로 볼 때 수출이 85.4%인 데 비해 내수가 14.6%에 지나지 않은 사실만 봐도 내수진작의 필요성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저소득층 지원대책을 서두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태도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사회분열의 분위기가 과거 정권보다 심하고 사회안전망이 불충분한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튼튼한 허리인 중산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사회복지 차원의 대책은 풍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하더라도 정부는 서민경제 대책의 효과가 쉽게 나타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은 무차별적인 감원으로 가능했겠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가계의 구조조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진행 정도라면 가계부채 조정이 마무리되는 데 4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은 우리 가정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절박한가를 보여준다. 사실 과거 선진국의 장기적 추세를 보면 경제성장에 대한 공공부문의 기여는 뚜렷한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처럼 공공지출이 낮은 국가도, 서독ㆍ프랑스 같이 공공부문 규모가 큰 나라도 똑같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패는 정부지출의 규모가 많고 적은 데 있는 게 아니라 그 효율성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최근 세계 각국의 재정 규모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며 그 원인이 사회보장 지출이 적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앞으로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추세에서 공공지출 비율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지출규모 보다 효율성 높여야 GDP 대비 총공공지출 비율은 현재의 35.5%에서 2050년에는 52.6%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엄청난 재정수요를 감당해나가면서도 당장은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나가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만 봐도 설비투자는 다소 늘었으나 건설투자의 부진 등으로 총고정자본 형성은 미미해 성장잠재력 확충은 여전히 미진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복지비 지출 등의 효과를 지나치게 믿는 경기회생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 등에 대한 소득보전이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제 더 필요한 방안은 민간투자의 극대화를 유도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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