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포기 당 1만원을 넘긴 배추값 폭등은 김치 대란을 일으켰다. 김치가 육류 값을 추월해 급기야 한국인의 밥상에서 김치가 사라지는 사태로 치달았다. 평소에 부족할 것 없던 먹거리를 한 순간에 구할 수 없게 된 상황은 언젠가 닥칠지 모를 '식량 대란'에 대한 공포를 상상하게 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우리가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식량 위기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세계는 인구 증가로 더 많은 식량을 필요로 하지만 농산물 수출국의 저장창고는 점점 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주범은 전지구적 기후 변화다. 우리나라만 해도 열대지방의 우기를 연상케 하는 긴 장마를 비롯해 '스콜'과 유사한 국지성 호우가 빈발하고 있다. 최근 며칠간의 기습 폭우로 채소 가격이 급등한 것은 기후변화가 식량 공급에 미친 악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동해안의 어종 변화도 마찬가지다. 기온 상승을 인한 기후 변화는 전 세계의 경작지를 줄어들게 하고 염분화 증가는 토지의 비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땅이 건조해지면서 목초지 면적도 줄어들게 된다. 히말라야 빙하가 지금 같은 속도로 녹는다면 갠지스 강의 수량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했다. 그렇게 되면 갠지스 강에서 관개용수를 끌어오고 그 땅에서 각종 채소와 옥수수를 심으며 살아가는 수백만 농민들에게 대재난이 일어날 것이 자명하다. 또한 세계 식량의 절반가량을 쌀과 밀 두 종류의 곡식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징후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쌀과 밀은 세계 식량에서 각각 26%,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기에 설탕, 옥수수, 기장 등까지 15종의 식물이 세계 인구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의 90%를 공급한다고 한다. 늘어나는 육식 수요도 문제다. 2030년까지 국물 사료의 수요는 10억 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 경우 3억3,000만 톤에 이르는 부수적인 곡물 재배를 충당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가축의 여물통과 가난한 사람들의 밥그릇이 경쟁하는 황당한 식량위기가 펼쳐질 지도 모를 일이다. 이 외에도 바람의 침식작용으로 인한 토양상실, 물 부족, 인구 증가, 산업형 사육의 위험 등 다양한 요인이 '식량 대란'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 식량 위기는 정치적인 문제인데도 정작 정치는 지금까지 이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며 "촌각을 다투는 세계 식량 위기의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류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강하게 경고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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