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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그 많던 중국 노동자는 어디로 갔을까?


최근 2단계 공장을 완공한 한국타이어 충칭공장. 기한 내 생산라인을 완공하는 것보다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게 더 힘들었다. 반경 200㎞ 내 직업학교·기술학교 등을 샅샅이 뒤졌지만 생산직 직원을 구하기 어려웠다. 400~500㎞ 거리까지 인사팀 인원을 보내 겨우 인력을 채웠지만 제시하는 조건이 만만치 않다. 기숙사에 갖가지 수당에다 매달 가족을 만날 수 있는 휴가까지 달라고 한다.

제조업체만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다. 지난 2월 오픈한 우리은행 충칭분행(지점)도 직원 구하는 일이 감독 당국의 허가 보다 어려웠다고 한다. 한국어를 하는 한족 직원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은행에 근무하려는 대졸 직원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중국 내 인력난이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13억 인구의 낮은 인건비를 믿고 중국으로 진출한 기업들은 치솟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중국을 떠나고 있다. 그나마 대기업은 나은 편이다.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과 가격경쟁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오르는 인건비를 맞추려니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충칭 지역에서는 인력 채용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 각 지역의 기술학교·전문학교 등을 돌아다니며 인력 충원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도 생겼다. 1명의 인력을 소개해 6개월 이상 근무하면 1,300위안(한화 약 22만9,000원)까지도 지급한다.

성장하는 中 기업에 구직자 몰려

넘쳐나던 중국 노동자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월마트를 제치고 중국 최대 유통업체로 올라선 화룬완자가 최근 충칭 등 서부 지역에 대형마트를 개점하며 채용공고를 냈다. 각 점포마다 400~500명 정도를 모집하는 인력채용에 몰려든 노동자는 4,000여명. 제조업체들이 그렇게도 찾아다니던 인력들이 유통업체 채용공고에 줄을 섰다. 인터넷 업계도 제조업체들의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기존 정보통신(IT) 제조업체들 역시 인터넷 유통업체의 콜센터 등에 주 인력인 20대 여성들을 빼앗기며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부동산업도 여전히 중국 인력시장의 블랙홀이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의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넥타이를 맨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중국 인력시장의 기반이 됐던 농민공의 증가세도 꺾였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농민공 전체 숫자는 2억7,395만명. 전년보다 1.9%인 509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농민공의 월평균 수입은 2,864위안으로 전년 대비 9.8% 늘었다. 도시로 떠나봤자 큰 소득의 격차가 없는 상황에 농민공들의 유입 요인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의 우선순위도 바뀌었다. 무조건 급여를 1순위로 꼽지 않는다. 근무시간이 긴 일자리보다는 시간과 업무량이 정확하게 정해진 일자리를 더 선호한다. 과거처럼 잔업이다, 특근이다 하며 근무시간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상당수 한국 중소기업들이 동부연안에서 서부 내륙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배경도 바로 이 같은 인력난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겉으로는 중국 내수시장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목표지만 속내는 인건비 부담을 한 푼이라도 줄여 보겠다는 고육지책이다. 그나마 중국 서부 내륙도 인건비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게다가 동부연안의 고물가와 임금격차 등에 지쳐 고향 지역으로 돌아온 노동자들에게 우리 중소기업은 그렇게 매력적인 일자리가 아닐 수도 있다.



중국 정부의 노동자 처우개선 압박도 한층 강해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5월1일 노동절 경축사에서 "노동자를 무시하는 관점은 잘못되고 해로운 것"이라고 언급하며 각 기업들의 노동처우 개선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 철저한 인력관리 절실

싼 인건비를 기대한 국내 업체들의 중국 진출은 이제 사업 실패의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고 인건비를 무시하고 중국 내수시장에 안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한국 기업이 생산했다고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이기기는 어렵다. 현실은 중국 업체보다 가격도 낮고 기술력도 좋아야 한다.

현지 전문가들은 서부에 진출한 업체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바로 인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차원이 다른 노사관리로 인건비 경쟁력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 내 한국 기업에는 기본적인 인력관리가 어떤 거창한 경영 전략보다 중요해 보인다.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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