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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금융계 이것부터 바꾸자](3)불법ㆍ편법 영업 이제 그만
입력2003-01-13 00:00:00
수정
2003.01.13 00:00:00
조의준 기자
지난해 4월 국내 대형 보험사와 카드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하나같이 `정도경영`을 새로운 경영 슬로건으로 채택했다.
당시 대기업 계열 손해보험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회에서 “정도를 벗어난 영업은 반드시 망한다. 안이한 관행에 의지하는 자세가 기업을 망하게 하는 제1의 원인”이라며 편법ㆍ불법 관행을 척결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CEO의 이런 다짐은 3개월도 안돼 빈말에 지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그 보험사는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금감원의 제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대리점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무자격 설계사를 동원한 마구잡이 보험계약이 잇따라 적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카드사의 현금대출 비중을 전체 업무의 50%이하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 카드사들은 현금대출을 줄이지 않으면서 신용판매에 포함되는 계열사의 기업구매카드 실적을 늘리는 편법으로 현금대출 비중을 낮춰 물의를 빚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전체업무의 70%에 이르는 카드사의 현금대출 비중을 50%이하로 낮추기 위해서는 많은 무리수를 둬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단순한 눈속임을 위해 계열사와 하청업체에 그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금융계의 편법영업 관행은 경영자의 다짐이나 결의대회 정도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최근 수입차 열풍과 함께 리스업계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영업방식이 적지 않다. 리스사들은 수입차 등록비용을 줄이기 위해 차량 등록시 지하철공채(1억원 당 600~700만원)를 사야 하는 서울에 차량을 등록하지 않고 지방에서 등록을 한다. 그런 직후에 사용지를 서울로 이전한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등록비를 덜 내는 편법이다.
이밖에 오토리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차 딜러들에게 상식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할부사들도 있고 영업실적을 위해 불법 대출모집조직을 알고도 이용하는 상호저축은행들이 적지 않다. 당장 눈 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편법도 상관없고 출혈경쟁도 불사한다.
도덕적 불감증도 문제지만 편법 영업이 결과적으로 이익이 되는 현실이 더 큰 문제다.금융계 관계자는 “편법영업을 하면 결국 손해를 보도록 만드는 감독시스템과 금융계 내부의 자율 정화시스템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규위반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며, 당국이 나서기 모호한 부분에 대해서는 선도사를 중심으로 업계 스스로가 강력히 규율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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