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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경청은 기쁨을 준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자신과 상대방의 참모습을 조금씩 알아가면 기쁨이 생긴다. 사람은 말과 표정, 침묵으로 의사를 주고받는다. 연말연시를 맞아 각종 모임에서 많은 덕담이 오고 간다. 가는 해를 아쉬워하는 반성의 말과 함께 새해의 희망찬 각오도 다져본다. 언제 어디서나 최상의 덕담은 ‘넉넉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오래 삽시다’는 표현이 아닐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생명표 작성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녀의 평균수명이 각각 73.9세와 80.8세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도보다 남성은 0.49년, 여성은 0.38년 늘어난 수치다. 한국인 평균 수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인 남자 74.9세, 여자 80.7세보다 남성은 1년이 적지만 여성은 0.1년 더 높다. 한국인 여성의 평균수명이 OECD 평균보다 높은 것은 지난 80년 관련조사를 시작한 후 처음이다. 한국인은 또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7.1년 오래 산다. 고령화 문제가 갈수록 심각한 상황에서 단순한 수명연장이 최선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오늘날 장수 비결로 영양가 높은 식생활 혜택은 물론 즐겁게 자주 웃고 신나게 대화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속마음을 터놓고 나누는 쌍방적 대화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아무리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라도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술술 이야기를 잘한다. 말 잘하는 사람이 듣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내심을 갖고 듣기를 잘 한다는 것. 다시 말해 경청(귀를 기울이고 주의해서 들음)은 타인의 심리를 잘 읽고 상대의 입장을 배려할 줄 아는 지혜가 요구된다. 부모는 자녀의 마음을 읽고 정치인은 유권자의 심리를 헤아리며 기업인이 고객의 욕구를 미리 파악할 때 상호 의견교환이 원만하게 이뤄진다. 살면서 자신의 속사정을 털어놓았을 때 진심으로 들어줄 친구나 친지가 서너 명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귀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중요한 기관이라는 말도 있다. 이제 서서히 ‘입’보다는 ‘귀’의 역할이 부상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모든 관계에서 잘 들어주고 최대한 이해해주면 신뢰감이 커진다. 그러나 지도층 인사일수록 듣는 힘이 약한 것 같다.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보면 공ㆍ사석 각종 모임에서 소위 ‘유명인사’와 만날 기회가 비교적 많다. 하지만 “이번 모임은 참 유익한 자리였다”라기보다는 “시간과 돈의 비용을 고려할 때 덜 효율적이었다”고 자성하곤 한다. 왜냐하면 값진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귀한 시간을 주변 이야기로 낭비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형식을 뛰어넘어 서로의 의견을 솔직하게 나눈 모임은 유익하다. 반면 ‘특정인’이 독주하는 경색된 모임은 참석자들에게 부담을 준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에 따라 말하는 시간과 횟수가 비례하는 느낌이 든다. 대통령과 장ㆍ차관 등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이 초대하는 자리에 가면 통상 그들이 모임을 좌지우지한다. 그들은 관장하는 업무영역에 대한 설명과 신변잡기에 이르기까지 진심으로 동반자의 의견을 경청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주입시키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물론 이들이 정부정책을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당초 모임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래도 다양한 여론을 파악하고 조언을 구하는 차원에서 적절한 시간 안배를 통해 참석자의 견해를 듣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이와 함께 일반적인 친목단체 모임에서도 회장이나 총무 등 지도부의 발언 비중이 너무 크다. 잘 되는 모임은 지도부가 언로를 막지 않고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도록 배려하는 모임이 아닐까. 닫힌 대화 문화 속에 경제까지 어려운 탓인지 각종 모임의 회원들 참여율이 낮아지고 회비도 줄고 있다고 한다. 새해에는 입보다는 귀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활성화시켜 대화의 큰 기쁨을 맛보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잘 듣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존귀함을 알고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장구를 쳐주는 공감의 미덕을 살렸으면 한다. 아울러 자신의 내면세계를 깊이 살피는 한편 자연의 소리에도 귀를 세우자는 덕담을 주고받고 싶다. ‘황우석 쇼크’에 내재된 비밀스러운 가르침도 냉정히 새겨보자. 새해 희망찬 꿈을 그려보는 연말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자가 생전에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강조한 ‘경청’이란 단어가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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