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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뢰상실은 모두 잃는다는 교훈 남긴 LIG

LIG손해보험이 결국 매물로 나왔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자신과 가족들이 보유한 LIG손보 지분 20.96%를 전량 처분하기로 옥중서신을 보낸 배경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 3년ㆍ8년을 선고 받은 자신과 아들을 구명하려는 목적이 담겼을 것이다.

속내는 그래도 선대부터 50여년을 이어온 가업을 내놓은 결정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투자자들에게 내줘야 할 1,300억원의 보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출 9조원짜리 알짜기업을 매각하는 데 아쉬움이 많았을 터인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LIG손보 임직원들에게 보낸 옥중서신의 '투자자 피해보상의 사회적 책임을 온전히 다하겠다'는 대목에서는 처연한 감정까지 느껴진다.

그룹의 사실상 붕괴까지 감수한 구 회장의 결단은 기업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소한의 윤리를 떠난 기업경영과 신뢰를 잃은 기업인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기업이야 어찌 되든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과거의 사고방식과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산다'던 통념은 이제 시장에서도, 법정에서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수많은 투자자들을 기만한 구 회장 부자의 비도덕적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구 회장의 마지막 결단만큼은 이 땅의 기업 오너들이 가슴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업무상 배임과 횡령으로 기업을 개인의 사금고처럼 악용해 감옥에 가고도 반성하지 않는 악덕 기업인들은 아직도 많다.



우량기업인 LIG손보도 보다 나은 길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당장 LIG손보의 주가가 연 이틀 상승했다는 점은 오너 리스크가 기업의 존속과 발전에 얼마나 큰 장애물이 되는가를 말해준다. LIG손보 매각 소식을 접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느끼는 바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 회장뿐 아니라 기업에 치명적 손실을 입힌 기업주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기업을 놓아주는 게 죄과를 씻는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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