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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저축銀 사태 축소 말아야

우리 사회 최대의 이슈가 된 저축은행 사태를 취재하다 보면 최근 들어 사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들어온다. 배후의 뚜렷한 실체를 꼭 찍어 말할 수 없지만 검찰이든 금융당국이든 저축은행 사태의 내밀한 정보들을 챙기는 모습이 단지 예기치 않은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으로 애꿎은 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걱정만이 전부는 아닌 듯 해서다. 본지가 21일 보도한 충남 오투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문제 인지와 검찰수사 사실을 살펴봐도 대주주의 어이없는 행동들을 정부가 마냥 비밀로 묻어두려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증인 채택 범위를 놓고 공전을 거듭하는 것도 '저축은행 문제를 적당히 덮자'는 의도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이재오 특임장관이 검찰의 부산저축은행 수사결과 발표에 "나도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을 때 '저축은행 게이트'가 이미 특정 세력의 관리 대상에 올라갔다는 관측이 허언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검ㆍ경과 국정원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힘 있다'는 금융감독원ㆍ국세청ㆍ감사원 관계자들과 전직 국회의원 몇 명이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고 이번 사태의 '몸통'이 나왔다고 믿는 국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민금융을 한다는 미명 아래 '금고' 시절부터 적잖은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부패행위를 일삼고 이를 가리려 권력에 기생해 왔음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금융과 시장경제의 기본을 외면한 채 점거농성 중인 부산저축은행의 일부 예금자들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원죄가 저축은행 대주주와 권력집단 간 검은 유착에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은 믿지 않고, 서민은 피눈물을 흘리는데 저축은행 사태를 축소하려는 분위기 속에 일부 저축은행 오너들은 "난 못 건드릴 것"이라며 태연자약하다고 한다. 그러나 환부를 알고도 수술하지 않아 지난 1997년 말 국가부도 사태를 맞은 아픔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커튼 뒤 배후가 있다면 잠시 국민을 얕잡아 볼 순 있어도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순 없다는 걸 과거의 교훈 속에서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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