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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대서 득될게 없다

직설적인 그의 비판은 큰 논란을 불러왔고 그 여파는 지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마에의 시각에 대한 반응은 두 갈래로 엇갈렸다. 귀담아 들을 만하다는 긍정론과 함께 무책임한 편견으로 가득찬 오만한 독설이라는 부정론도 만만치 않았다.어느 쪽 말이 맞느냐 하는 문제는 순간적 판단으로 쉽게 결론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신중한 검토와 차분한 대응이 요구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측 인사들이 보인 태도는 분명 신중치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긍정론자, 부정론자를 막론하고 대다수가 너무 조급한 평가를 내려버린 흔적이 짙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주제와 동떨어진 인신공격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더 씁쓸한 사건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현란한 수사로 그토록 당당하게 견해를 피력했던 국내 전문가와 언론들이 남들에 뒤질세라 앞다투어 도쿄로 향했던 사실이다. 신주쿠 인근 요쓰야에 있는 그의 사무실과 그가 경영하는 도쿄 소재 정경학교(一新塾)에는 그와 인터뷰를 신청한 한국인들로 붐볐다. 그의 글에 대한 평가를 이미 한국에서 다 해놓고 무슨 소리를 더 듣겠다는 것인지. 또 무엇을 확인하겠다는 것인지. 정작 당사자인 오마에는 크게 의아해 했다는 후문이다. 일본인에 대해 겉모습과 속마음이 다름을 은근히 꼬집었던 우리가 바로 그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었는지. 오마에의 글 한 구절 한 소절에 일비일희 하는 조건반사적 반응을 보일 필요가 전혀 없다. 우리로서는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으면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리면 된다. 다만, 간과할 수 없는 대목에 대해서는 자존심 생각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도움이 된다면 일부러 비싼 돈 들여서라도 전문가의 자문과 처방을 구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입장이 아닌가. 만사 허둥대서 득될 게 없다. 이번 일만 해도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인가. 스타일만 한껏 구겼고 그와 감정의 앙금만 남긴 셈이 되었다. 또 결과적으로 그를 우리가 「영웅」으로 만들어준 꼴이 되고 말았다. 자고로 『착하다 부추겨 말하는 사람은 해로운 사람이요, 나쁘다 충고하는 사람은 곧 스승이라(道吾善者 是吾賊 道吾惡者 是吾師)』했다. 우리도 이제 경제발전에 걸맞는 이런 정도의 성숙된 국민의식을 갖고 살아갈 때가 되지 않았는지. 안공혁 현대투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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