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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동학대 근절 국가가 나서라


도대체 몇 명의 아이들이 더 죽어야 하는 것인가. 며칠 전 울산에서 8살짜리 여자 아이가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갈비뼈 16대가 부러져 사망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폭행 이유가 단순히 소풍을 가겠다고 졸랐기 때문이고 이런 폭행을 가한 사람은 아이의 계모였다. 이 사건이 계모의 악행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아동학대는 계부모보다 친부모에 의해 훨씬 더 많이 일어난다. 타인의 자녀를 살해하면 중범죄가 되지만 본인 자녀를 죽였을 경우는 다양한 사유로 정상 참작돼 감형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은 물론 판검사ㆍ경찰 등 법집행자들도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또한 혼외나 미혼부모의 신생아들은 버려지고 있다. 이러한 아이들은 출생등록조차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사망해도 우리나라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운 좋게 살아난다고 해도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아동정책은 아동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매달 1명 이상의 아이들이 학대로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정책은 최소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투표권 없는 아동 권리 모두 외면

정부는 국민의 아동권리 인식 수준이 낮고 교육투자나 가정양육을 통해 아동복지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해서인지 아동정책에 큰 관심이 없다. 학교 밖 청소년은 학령기인구의 약 4%인 28만명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고 가정에서 버려진 아이들도 매년 약 8,000명이다. 하지만 아동정책은 항상 뒷전이라 우리나라 아동 1인당 복지비 지출은 선진국의 7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아동복지 예산이 없다 보니 전국 244개 지방자치단체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45개에 불과해 단순히 계산해도 1개의 기관이 적어도 5개 이상 지자체의 아동학대 문제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학교교육이나 가정양육만으로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거둘 필요가 있다. 학교 밖에서도 교육이 가능하고 가정 밖에서도 양육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통합적 아동정책을 수립하는 국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아동정책에 대한 예산의 획기적인 증액이 선결돼야 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아동정책에 대해서는 격렬한 반대나 적극적 찬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회정책들은 상당한 정치적 갈등을 불러오고 그로 인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에 비해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는 점, 다른 인구집단과는 달리 투표권이 없다는 점 등 때문에 아동정책은 구체적 추진세력도 없고 사회적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다.



사회적 합의ㆍ재원 확보방안 찾아야

아동 상황은 그 나라의 사회ㆍ문화적 수준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척도다. 우리나라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예산부족으로 아동권리의 가장 원초적인 학대 문제도 제대로 해결 못하는 후진적 아동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나 재원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도출할 것인지'에서부터 먼저 시작해 '구체적으로 재원마련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동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국민 모두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합의만 가능하다면 가장 난해해 보이는 재원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높은 수준의 안정적인 아동정책 예산의 확보를 위해서는 특수 목적세의 신설, 아동기금의 마련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동정책에서 이러한 사회적 합의나 재원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무의미한 논의만 계속될 뿐 실질적인 진전은 없을 것이다. 항상 아동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뒷전인 상황에서 아이들에게도 투표권을 줘 정책을 스스로 결정하게 해보는 것은 어떨지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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