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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美서브프라임 부실과 기회

“내가 이멜다 마르코스보다 더 빨리 돈을 쓸 수도 있소.” 이 말은 미국의 저명한 투자자 워런 버핏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멜다 마르코스는 1,000켤레가 넘는 구두수집 등 낭비벽으로 유명했던 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이다. 워런 버핏의 말은 서브 프라임 문제로 미국의 주택 및 금융시장 상황이 더 악화돼 쓸만한 자산들이 급매물로 나올 경우 50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현금을 투입하겠다는 요지의 답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부동산 등 각종 자산들을 급매물로 처분한 경험이 있는 우리에게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일이다. 부실자산이 한꺼번에 많이 쏟아지면 그 중에는 내재가치가 급매가보다 높은 자산이나 채권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것들을 사서 몇 년 보유하고 있다가 경제상황이 개선되고 위기를 맞았던 시장이 제 정신을 차렸을 때 자산들을 매입가보다 훨씬 높은 값에 되팔아 큰 돈을 번다는 시나리오다. 미국에서 지난 80년대 말 불거진 대규모 저축대부조합 부실사태가 발생했을 때 돈을 번 투자자들이 많았다. 당시도 저축대부조합의 무분별한 부동산 관련 대출확대가 화근이었기 때문에 많은 수의 저축대부조합들이 정리되면서 주택ㆍ상가ㆍ사무실 등 매물이 쏟아졌다. 미국의 경우 저축대부조합 문제뿐만 아니라 철강산업의 연쇄 파산 등과 같은 각종 산업의 부침이 심한 곳이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도산기업의 자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벌처펀드(vulture funds)’들이 잇달아 출현했다. 이렇게 오랜 경험으로 숙달된 전문가들이 많았으니 한국의 외환위기 직후 급매물시장은 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보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후유증으로 미국시장에서 각종 자산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이는 데 우리자본도 이런 미국의 부실자산 투자에 나서야 한다. 미국의 주요은행이 매물로 나올리는 없지만 다양한 규모의 금융회사ㆍ부동산 등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돼 이 중 나중에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자산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이 기회를 이용하여 직ㆍ간접적으로 미국의 급매물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워런 버핏의 기회는 한국 투자가에게도 기회인 것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취해진 제도개선이 과연 명실상부하게 이뤄졌는지 시험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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