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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미 대공황때 「루스벨트청문회」/“현재 한국상황과 비슷했다”
입력1997-12-23 00:00:00
수정
1997.12.23 00:00:00
김인영 기자
◎금융독점 커넥션 단죄 「뉴딜정책」 기반 다져/루스벨트 당선 동시에 청문회 전격 가동 주가조작 차익챙긴 대공황 주범 색출 사법처리까지 강행【뉴욕=김인영 특파원】 미국 언론들은 한국 대통령 선거가 대공황 중에 치러진 1932년 11월의 미 대통령 선거와 비슷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1929년 증시 폭락에서 시작된 대공황은 집권당인 공화당의 허버트 후버 대통령을 낙선시키고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루스벨트의 당선은 대공황의 원인 제공자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1933년 3월 취임에 앞서 의회 청문회는 당시 미국 금융계를 주름잡던 JP 모건과 그 커넥션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금융시장 붕괴에 대한 인책론은 이미 후버 대통령때부터 나왔다. 국민총생산(GNP)이 공황전에 비해 60%나 하락했고 실업률이 40%나 올라가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후버 대통령도 재선을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다.
그러나 경제 실정의 최고 책임자였던 후버 대통령은 당시 공황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기에 급급했다. 이른바 음모론이었다. 그는 유태인들이 세계 경제를 장악하기 위해 미국 시장을 붕괴시키고 있으며 그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증시가 무너졌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이를 조사하기 위해 상원에 청문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 의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1932년 4월 11일에 가동된 상원 청문회는 후버 대통령 집권시에는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청문회에 불려나온 첫 증인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리처드 휘트니 회장이었다. 그는 금융시장 붕괴의 원인으로 지탄받아온 투기꾼의 단기매매를 두둔했고 청문회도 이의 불법성을 규명하지 못했다. 피오렐로 뉴욕시장도 불려나왔지만 의회는 그가 가져온 두툼한 자료에서 문책할 공황 책임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본격적인 청문회 활동은 루스벨트 당선 직후부터 시작됐다. 루스벨트는 공황의 원인이 국내 금융독점 현상에서 발생한 것이며 강력한 리더십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회내 그의 지지자들은 그의 당선과 동시에 청문회를 다시 가동했다.
페르디난드 페코라 의원은 상원 청문회를 장악하자마자 대공황의 주범을 찾아 나섰다. 그의 타깃은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조작,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은 금융업자, 금융시장을 전횡한 독점사업자였다.
페코라 위원회에 처음으로 불려나온 사람은 당시 미국내 랭킹 3위의 갑부였던 시카고 전력업자인 새뮤얼 인술이었다. 그는 시카고를 중심으로 20여개 주 전력 공급을 독점했고 중부지방의 금융업마저 장악하고 있었다. 청문회는 그가 내부자 거래를 통해 주가를 상승시켜 엄청난 수익을 얻은 사실을 밝혀내고 사법처리를 요청했다. 그는 조사를 피해 조국인 그리스로 도망갔으나, 미국 정부가 그리스 정부에 압력을 넣어 미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인술에 대한 조사가 끝나고 페코라 청문회의 화살은 마침내 미국 금융계의 황제 잭 모건으로 향했다. 청문회는 모건 뱅크의 황태자인 모건을 소환, 예금자의 저축금을 횡령했는지, 다른 은행업자에게 압력을 넣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청문회는 모건이 20여개 은행을 지배하고 은행장들을 좌지우지했음을 밝혀냈다. 모건은 비밀 리스트를 만들어 자신과 손잡고 있는 은행들에 낮은 가격에 주식을 거래, 은행을 장악했고 정치인들과도 거래했음이 밝혀졌다. 당시 미국 금융권을 독점하다시피한 JP 모건은 「정부내 정부」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모건은 청문회 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페코라 위원회는 이외에도 모건과 손잡고 금융계를 쥐고 흔든 루이스 브랜다이스, 찰스 미첼 등 은행가들도 불러 주가 조작, 부정 거래 혐의 등을 조사, 단죄했다.
청문회 활동은 루스벨트가 공식 취임한 1933년 3월에 서서히 마무리돼 갔다. 청문회가 끝나자, 루스벨트는 카리스마적 개혁가로 나타나 뉴딜 정책을 강력히 추진, 공화당 정부때 발생한 대공황을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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