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35만~40만개, 민간소비 증가율 4%대 중반, 경상수지 150억달러 흑자 등.’ 올해 초 정부가 2006년 경제운용 방향에서 밝힌 우리 경제의 청사진이다. 하지만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달에 비해 일자리가 26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1~11월 누계로는 29만5,000명을 기록했다. 당초 목표치인 35만~40만개보다 10만개 가량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은 셈이다. 아울러 민간소비ㆍ설비투자 증가율,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도 전망치를 밑돌면서 정부가 연초에 내세운 ‘체감경기 회복, 경기회복 기반 공고화’ 등의 목표도 지켜지지 않은 약속으로 남게 됐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수출 두자릿수 증가, 성장률 5%대 기록 등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민의 주머니는 오히려 가벼워졌다”며 “내년도 전망이 좋지 않아 한국경제가 ‘앙꼬 빠진 찐빵’형 성장에 접어든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성장률ㆍ소비자물가ㆍ수출은 턱걸이=주요 거시경제 지표를 보면 성장률 등 일부 지표는 당초 예상치에서 벗어나지 않게 됐다. 성장률은 연초 목표치인 5%대가 가능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11월 2.4%(연초 예상 3%)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수출은 환율 절상에도 불구하고 3,000억달러를 돌파, 정부가 내세운 두자릿수 증가를 유지하게 됐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시점도 정부는 연초 경제운용방향에서 오는 2008년으로 예측했는데 가파른 환율 절상 덕에 내년으로 1년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 보여지는 종합 경제지표는 정부의 계획대로 이뤄지는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속은 비어가고, 멀어지는 내수 기반 경제=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정부가 연초에 내세운 내수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 경제성장은 멀어져가고 있다. 우선 민간소비 증가율은 4%대 중반을 전망했으나 현 추세라면 4%대 초반이 불가피하다. 전년동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은 1ㆍ4분기 4.8%에서 2ㆍ4분기 4.4%, 3ㆍ4분기 4.0% 등으로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내수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신규 일자리 창출 규모도 5% 성장 속에서도 간신히 30만명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설비투자 증가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소비심리 위축 등이 이어지면서 지난 2005년 3.2% 증가에서 올해 7%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소폭 확장 수준으로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국내 소비보다 해외 씀씀이가 커지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연초 150억달러 내외에서 60억달러로 절반 가량 감소하는 등 내수가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낼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채워지지 않은 중산ㆍ서민층 지갑=심각한 것은 연초에 내세운 체감경기 회복이 중산ㆍ서민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게 됐다는 점이다.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전기 대비 1ㆍ4분기 -0.6%, 2ㆍ4분기 1.4%, 3ㆍ4분기 0.0% 등으로 개선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수지 동향에서도 이는 드러난다. 돈이 없다 보니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것. 실제 올들어 3ㆍ4분기까지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소비성향이 감소했다. 소비활동이 왕성한 40대의 경우 소비성향이 2005년 83.09%에서 올 1~9월 82.77%로 하락했다. 소비성향이 하락한다는 것은 지갑을 닫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4%대 초반, 경상수지는 균형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 민간소비, 설비투자 증가율 등도 올해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보여 체감경기 개선은 내년에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연초 전망치와 실적치를 비교해보면 겉으로 성장률 등 종합지표 면에서는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며 “하지만 체감경기 회복, 소득 증가 등 내실 면에서는 전망치를 밑돌면서 진전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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