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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일반인에게 인권변호사 혹은 시민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소문난 독서광(狂)이자 십 수권의 책까지 직접 쓴 작가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박 시장은 평소 스스로를 기록과 정리의 대가라고 말할 정도로 책을 쓰거나 자료를 모아 정리한 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다작이 가능한 이유다. 그가 직접 쓴 책을 통해 박원순호가 이끌 서울시를 예측해봤다. 새 수장이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조직의 인사다. 박 시장의 인사 스타일은 지난 2010년 펴낸 저서 '원순씨를 빌려드립니다'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잘 되는 조직의 대표적인 예로 교회를 들며 "교회 조직이 신도도 많고 탄탄한 것은 사람이 몰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시민단체 활동 시절을 떠올리며 "단 몇 사람이라도 충성도 높은 회원이 있어야 그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며 "우선 일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그분을 모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사람을 중시하는 성격상 인사도 파격을 추구하기보다는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시장은 일자리 공약에서 청년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최근 그가 펴낸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에 잘 정리돼 있다. 그는 책에서 '말벗 전문가' '주민 소통 전문가' '이혼 플래너' 등 전세계를 돌며 직접 찾아낸 창조적인 미래 직업 1,000가지를 소개했다. 창조적 청년벤처기업 1만개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공약도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공약에서 밝힌 '지속가능한 생태도시'에 대한 박 시장의 관심은 불과 두 달 전 펴낸 '마을, 생태가 답이다'라는 저서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아직도 많은 이들이 청계천과 같은 인조적인 공간과 생태 공원의 차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생태 공원에서는 생물의 서식처를 조성하고 복원하는 과정과 결과물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의 행보도 한강과 지천의 생태를 적극적으로 복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또 뉴타운으로 대변되는 개발 사업을 전면 중단하면서 지역공동체의 생태를 해치지 않는 자연친화적인 재개발 사업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생태도시 구현을 위해 박 시장이 구상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정책은 자전거 도로 확충이다. 자전거에 대한 박 시장의 애정은 2005년 3개월간 독일을 여행한 뒤 느낀 점을 기록한 저서인 '독일사회를 인터뷰하다'에 고스란히 나와 있다. 당시 박 시장은 "길을 가다 몇 차례 뒤에서 자전거 경고음을 듣고서야 베를린 시내 어디에나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언제쯤 이런 자전거 전용도로가 서울 전체에 깔릴 수 있을까"라는 바람을 피력했다. 평범했던 한 시민운동가의 꿈이 6년이 지나 시장에 당선됨으로써 비로소 실현 가능해졌다.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시민의 참여'는 예나 지금이나 박 시장에게 중요한 화두다. 2002년 박 시장은 '부패추방 어떻게 하나'라는 책에서 "주요 사업계획과 집행 과정, 예산 등은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각종 업무 위원회에 시민의 참여를 확대시켜야 하며 시민의 감시가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을 결정하는 위원회에는 반드시 시민대표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9년 전 자신이 한 말을 잊지 않고 공약으로 내걸었다. 시정 정책과 정보를 공개하는 '서울정보소통센터' 설치와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관련한 '한강복원시민위원회' 구성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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