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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소말리아, 왜 해적 천국 됐나

미국 '테러와의 전쟁'이 무정부 상태 만들어<br>최대 세력 ‘이슬람연대’ 축출후 생긴 ‘힘의 공백’ 파고 들어<br>수에즈운하 관문인 아덴만 끼고 있는 지리적 요인도 한 몫<br>국제사회 소탕 나섰지만 활동 영역 한반도 10배 달해 난항


소말리아 해적이 국제사회의 근심거리로 떠올랐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120척의 상선이 공격을 받아 35척이 해적에게 나포됐고 600명이 넘는 선원이 인질이 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해적들은 탱크 등 무기를 가득 실은 화물선을 나포하는가 하면 32만톤 급 초대형 유조선(슈퍼 탱커)을 제물로 만들었고 초호화 유람선을 위협하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치른 몸값만 1억 달러에 이른다. 소말리아는 왜 해적들의 천국이 됐을까? 전문가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 미국을 비극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재 안보연구소(ISS)의 리처드 코넬 연구원은 "미국이 소말리아 내부 문제를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국제적인 시각으로 본 것이 결정적인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2007년 미국이 당시 소말리아의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던 이슬람법정연대(ICU)를 축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슬람연대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잠잠해진 해적행위가 미국과 에티오피아가 전쟁을 벌여 이슬람연대를 몰아낸 이후부터 다시 극성을 부렸다는 것이다. 실제 이슬람연대가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를 장악한 2006년에는 해적 행위가 거의 없었다. 이들이 자체 해상경비대를 동원해 해적들의 근거지였던 하라드헤레와 호브요 두 곳의 항구를 소탕했기 때문이다. 소말리아는 현재 유엔이 인정한 과도정부가 존재하지만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다. 주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과도정부는 모가디슈에는 입성도 하지 못한 채 임시 수도인 내륙의 소도시 바이두아에 머물며 에티오피아 군의 도움을 받고 있는 처지다. 남부 지역은 전쟁 이후 세력을 회복한 이슬람연대와 알-샤바브 등 이슬람 반군 세력이 장악했고 또 다시 모가디슈를 위협하고 있다. 북부 지역은 1991년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의 독재정권이 붕괴된 이후 한 번도 중앙의 통제력이 미친 적이 없다. 독립을 선포한 소말릴란드는 심지어 군대와 행정부 등 국가체제를 갖춘 상황이다. 해적이 가장 번성한 곳은 북부 푼트란드다. 최근 납치된 초대형 유조선도 이 곳의 예일항에 잡혀 있다. 스에즈운하의 관문인 아덴만을 끼고 있는 지리적 요인은 이 곳이 해적의 소굴이 되는데 일조했다. 수에즈운하는 한 해 2만 척의 배가 드나들며 전세계 해상 화물의 10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이다. 해적에겐 '황금어장'인 셈이다. 소말리아에서 해적이 출현한 것은 지난 91년 독재정권 붕괴 이후다. 이후 각 지에서 군벌들이 각축을 벌이며 무정부 상태에 빠졌고 군벌들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해적 행위를 부추기기까지 했다. 미국이 인도주의와 질서회복을 명분으로 개입했지만 1993년 '블랙호크다운' 사건으로 발을 뺐고 평화유지군을 배치했던 유엔(UN)마저 1995년 3월 완전 철수하면서 소말리아는 통제 불능의 사태에 빠졌고 해적 행위는 점점 규모가 커졌다. 이슬람연대는 사분오열된 소말리아를 하나로 아우를 세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1999년에 설립된 이슬람연대는 남부지역에서 급격하게 세력을 확장했고 2006년 6월에는 군벌 연합을 몰아내고 모가디슈에 입성했다. 이후 모가디슈 국제공항과 모가디슈 항구가 10년 만에 개방되면서 소말리아는 안정을 찾는 듯 했다. 하지만 소말리아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배후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미국의 개입으로 상황이 돌변한다. 이슬람연대에 축출 목표는 에티오피아와도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과거 소말리아와 국경 분쟁을 벌인 바 있는 에티오피아는 소말리아에 통일된 세력이 등장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는 2006년 12월 소말리아 과도정부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이슬람연대와 전쟁에 돌입했다. 에티오피아의 대규모 공세에 밀려 이슬람연대는 모가디슈에서 퇴각했고 이어 2007년 1월 미국은 알-카에다와의 연계설을 내세우며 이슬람연대의 본거지인 남부의 키스마요 등에 공습을 퍼부었다. 유엔 소말리아 고문으로 근무했던 켄 멘트하우스는 "이슬람 법정연대를 평화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던 계획이 실패하자 미국은 에티오피아에 군사 고문과 기술자를 파견했고 테러 소탕을 명분으로 공습을 했다"고 고백했다. 해적은 소말리아 국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엄청난 피해를 안기고 있다. 소말리아 주민들은 굶주림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외부의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고 각국의 경제적 피해 또한 막대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덴만이 해적에게 장악 당해 수에즈운하가 불안해지면서 이 지역을 우회하려는 선박이 늘었다"면서 "운임 인상 등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만 수천만 달러"라고 추산했다. 해적이 기승을 부리자 국제사회가 해적 소탕에 나섰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이 8일부터 나토(NATO) 전함 7척을 동원해 군사작전에 들어갔고 러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역시 소말리아 해상에 군함을 파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해적을 소탕하기 위해 소말리아 영해로 진입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렇지만 해상 군사 작전의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소말리아는 해안선이 3,300킬로미터에 달해 아프리카에서 가장 긴데다 해적들의 활동 영역이 한반도의 10배인 200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해적의 노략질은 갈수록 대범해지고 있다. 이들은 정규군 수준의 최신식 무기와 첨단 장비를 갖추고 해안에서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진출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큰 모선이 빠른 공격을 위해 작은 보트를 싣고 다닌다"면서 "보트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자동소총과 수류탄 발사대로 무장한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국방부 대변인인 크리스토퍼 프라쥑은 "모든 배를 수색하려면 적어도 300척의 전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리스크인텔리전스의 최고경영자(CEO)인 한스티노 한센은 "해상에서의 군사작전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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