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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자금, 해외 기업사냥 나선다


“미국과 유럽이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좋은 기회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화 차원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현지 금융업체들을 보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국내 대형 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 M&A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그리스 재정문제로 촉발된 유로존 위기 등으로 선진국들이 재원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공기업과 정부재산 등을 싼 가격에 매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면 실제로 오는 2015년까지 국가소유 기업과 자산을 팔아 500억 유로를 조달하기로 한 그리스는 통신회사와 국영은행, 항만 등 공기업에 대한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스페인은 도형 공항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섬과 활주로, 도로, 건물, 자동차, TV용 전파 등 정부재산 매각을 통해 220억달러를 조달한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선진국의 정부재산과 기업들이 싼 가격에 매물로 등장함에 따라 이를 사들이려는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다녀오면서 현지에서 인수할만한 금융사들이 있는 지 둘러보고 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동남아시아를 중점적으로 공략해 왔던 국내 금융회사들이 최근 유로존 위기를 계기로 미국 금융회사 인수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25일 국제금융협회(IIF) 총회에서 “앞으로 전 세계 금융회사들의 주가가 많이 떨어져서 지분을 취득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고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도 29일 “국내외를 막론하고 M&A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서도 해외기업 인수를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대표는 29일 “얼마전 워싱턴 출장에서 브라질ㆍ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의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고 왔다”며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므로 남유럽뿐 아니라 여러 나라들의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리투자증권 실무자들은 지난주 그리스를 중심으로 남유럽에서의 사업기회를 탐색하고 돌아왔다. 지난 5월 세계 최대 골프용품업체인 아쿠쉬네트를 인수했던 미래에셋은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추가 M&A 대상을 물색하고 있고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등도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기업 인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M&A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위기로 선진국 금융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충분한 실탄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은 올해 20조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국내 일반 기업들도 88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증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이 위기라고는 하지만 현금을 많이 보유한 회사일수록 기업사냥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에게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며 “상당수 기업들이 사업다각화ㆍ시장 확대 측면에서 국내외 M&A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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