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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머독이 주는 교훈

세계 언론을 쥐락펴락하며 '미디어 황제'로 불리던 루퍼트 머독이 요즘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려 연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머독이 168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NoW)'를 폐간시키고 갖은 정성을 쏟았던 위성방송 BSkyB 인수마저 포기했지만 전화 해킹 파문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안쓰러운 것은 머독이 아닌 이를 지켜보는 영국의 국민이다. 파문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물론 국민까지 연일 쏟아지는 추문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영국 타블로이드지의 악명은 유명하지만 이번에 밝혀진 취재과정에서의 불법적인 행위는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그가 정관계 인사들과 맺은 깊숙한 밀착관계와 뇌물수수까지 속속 드러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NoW와 모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 소속 기자들이 불법정보를 얻기 위해 경찰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런던경찰청장은 과거 NoW의 전화 해킹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점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마저 과거 머독과의 연루설에 시달리다 보니 어디로 불똥이 튈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시간이 지날수록 언론과 경찰, 그리고 정치권의 추악한 관계가 양파껍질처럼 속속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이에 대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총리로 집권한 후 정치권력이 언론을 완전하게 장악한 이탈리아를 빗대 '베를루스코니화된 영국'이라고 개탄했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 언론의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도 급변하는 환경에서 언론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행여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취재관행은 없었는지, 사회 공공의 이익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 않았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영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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