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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분규 자체보다 노동정책이 문제"
입력2003-06-25 00:00:00
수정
2003.06.25 00:00:00
임석훈 기자
피치사의 국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경고는 노동문제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하나인 피치(Fitch)사 실사단은 “한국의 노사분규가 위험스런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분규가 확대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외국인투자가 줄어들어 성장동력의 하나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피치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노사분규 자체보다도 노동정책. 실사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브라이언 쿨턴 아시아담당 이사는 “한국은 구조조정을 비교적 훌륭하게 진행해 왔으며 노사분규는 구조조정과정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부산물”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분규 자체보다는 정부의 정책이 균형을 잡고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노동정책이 노사분규가 구조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해석된다.
피치사의 경고를 쉽게 넘겨버리기 힘든 것은 최근 다른 외국인들의 지적과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 미 상공회의소와 서울 재팬클럽 등 한국에서 활동중인 외국인기업가들에 이어 피치가 노동문제를 거론함으로써 해외 투자가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피치가 한국의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북한 핵문제보다 통일비용을 꼽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문제가 평화롭게 풀린다고 해도 `한국은 통일비용 부담이라는 난제를 원죄처럼 안고 있다`는 게 피치사의 분석. 당장의 현안 문제도 아니고 해답도 없어 보이는 통일문제를 거론한 점은 국제투자자본에게 `한국은 태생적으로 위험한 투자대상`이라는 시그널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피치사의 인식이 신용등급에 반영되는 경우다. 통상 실사단이 돌아간 뒤 4~6주안에 국가신용등급 평가위원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7월말이나 8월초순경이면 우리나라의 등급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는 2ㆍ4분기중의 각종 경제지표가 나오는 시점. 만약 등급 하향조정과 좋지 않은 경제성적표가 맞물릴 경우 우리 경제는 또 한차례의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무디스나 S&P 등 다른 신용평가기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그 파장은 하반기 내내 우리경제의 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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