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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딛고 일어선 기업들] <2> 모닝글로리

불량 노트 400만권 폐기… "품질이 살 길"<br>무리한 사업확대·재고 부담 겹쳐 한때 위기<br>지우개 하나라도 개발회의 통과해야 내놔

미국 뉴저지 가든스테이트의 모닝글로리 매장을 찾은 현지인들이 다양한 문구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모닝글로리는 전세계 31개국에서 모두 114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제공=모닝글로리


이달초 서울 마포의 모닝글로리 본사 회의실. 70여명의 임직원들이 엄지손가락 크기의 지우개 하나를 놓고 한창 개발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날 회의는 새로 출시할 지우개에 대한 시장 반응을 점검하고 제품의 불량여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모닝글로리는 20년전부터 모든 직원들이 참여해 개발회의를 여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으며 이날 회의로 1,065회차라는 신기록을 갖게 됐다. 모든 제품은 이 곳을 통과해야 비로서 일반에 선보일 수 있으며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기 마련이다. 지난 2002년 12월에는 노트 표지의 접착제 불량으로 클레임이 제기된 노트 400만권을 전량 폐기 처분하기도 했다. 당시 회사가 부도를 맞아 화의기간중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오직 뛰어난 품질만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강한 독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난 1985년 국내 최초로 디자인 노트를 출시했던 모닝글로리는 미국에 해외문구 1호점을 내는 등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창 잘 나가던 회사였다. 허상일 대표는 "당시 모닝글로리 매장에는 노트를 사려던 학생들이 건물 밖에서 100m 넘게 줄을 서 기다릴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대가 화근이었다. 섣불리 팬시시장에 진출했다가 재고부담을 떠안고 있는 터에 외환위기가 터지고 말았다. 모닝글로리가 외국 브랜드라는 악성 루머까지 가세하다 보니 매출은 반토막 나고 부채비율은 500%까지 치솟았다. 결국 모닝글로리는 1998년 1월 부도를 맞았다. 이후 2003년까지 전체 350여명의 임직원 중 100여명이 회사를 떠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수렁에 빠진 회사를 건져낸 것은 오롯이 직원들의 열정과 땀방울이었다. 직원들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브랜드 이미지를 재건하기 위해 'T1000운동'을 내걸고 끼니까지 거르며 전국 1,000여개의 도소매점을 찾아 다녔다. 하루에 2~3곳의 대리점을 돌며 땀흘리는 직원들의 모습에 감동한 대리점주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마침내 화의 개시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직원들은 또 품질로 옛 명성을 되찾겠다며 대표 직속의 품질관리부를 설치하고 전사적인 경영혁신운동에 나섰다. 허 대표는 "당시 불량노트 40만권을 폐기 처분하는 바람에 10억원의 손실을 봐야 했다"며 "화의상태인 기업에겐 큰 부담이었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10억원을 바꿀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모닝글로리는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모닝글로리의 부활을 견인하는 대표주자는 바로 '마하펜'이다. 마하펜은 2년여의 연구ㆍ개발기간과 15차례의 수정작업을 거쳐 2009년 3월 출시한 야심작이다. 올해말에는 누적판매량 1,100만개 돌파를 앞두고 있을 정도로 문구업계의 대표적인 히트작으로 꼽히고 있다. 회사측은 문구업계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실험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대학생 서포터즈를 운영하며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콘셉트로 한 프리미엄 팬시 브랜드인 '라이필링'을 런칭하며 팬시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에는 매출 500억원을 다시 회복하고 내실을 갖춰 2~3년내 상장하겠다는 목표도 키워가고 있다. 허 대표는 "항상 사업이란 위기와 기회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기 마련"이라며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 겸손과 근성만 있다면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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