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를 통해 새누리당의 우선 가치를 표명하는 상징성이 있는 1번엔 여성 과학자인 민 연구위원이 확정됐다. 민 박사는 대표적 여성 과학자로, 지난 2000년 한국원자력연구소 신기술상을 수상하는 등 원자력 분야의 권위자다. 새누리당은 특히 비례 후보에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 준비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경제브레인을 대거 포함시켜 눈길을 끌었다. 재정학 전문가로 한국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10번에 이름을 올렸고, 일찌감치 박 위원장의 경제교사 역할을 하며 맞춤형 복지공약을 챙기고 있는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12번에 배치됐다. 조세연구원에서 근무한 김현숙 숭실대 교수도 안정권인 13번을 받아 박 위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조세개혁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탈북자와 다문화 가정 여성 등 소수자도 당선 가능권에 배려했다. 탈북자 출신인 조명철 통일교육원장은 4번에, 다문화 가정 여성으로 영화 ‘완득이’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이자스민씨는 17번에 배정됐다. 19대 국회에서 이들은 각각 ‘탈북자 출신 첫 국회의원’과 ‘외국인 출신 첫 국회의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두순 사건의 성폭력 피해자인 나영이(가명) 등 성폭행 피해 아동들을 치료한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끈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 김장실 전 문화관광부 1차관도 각각 7번, 9번, 14번을 받아 여의도 입성을 바라보게 됐다.
비례 1번 배정은 박 위원장이 직접 고사했다. 그는 이날 진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위에 1번을 사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며 “저보다 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좋은 분이 1번으로 올라가는 게 더 좋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자칫 1번 배정으로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피하면서도 원내에서 당을 이끌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비례 1번에 전순옥 대표를 공천한 데 이어 2번에는 최동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를, 3번에는 은수미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을 각각 내정했다. 또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을 지낸 홍종학 가천대 교수를 비례 4번에 배치했고 여성계를 대표해 남윤인순 최고위원을 비례 9번에 배치했다. 청년 비례대표 경선에서 1위를 한 김광진 최고위원은 10번에 배정됐다.
노동계 몫으로 김기준 금융산업노조위원장이 12번을 받아 당선 안정권에 들었고 시민사회 출신인 김기식 당 전략기획위원장과 도종환 시인이 각각 14번과 16번을 받았다. 김현 민주당 수석부대변인과 진성준 당 전략기획국장은 17번과 18번에 배치돼 당 출신 인사들도 배려했다. 임수경씨는 당선 가능권인 21번에 배치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공천을 놓고 내홍이 계속돼 수도권 공천에서 탈락한 유종일 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초대형 사기극의 전말을 곧 밝히겠다” 며 “진실과 역사를 위해 사실만을 정리하겠다”고 반발했다./진주ㆍ창원=임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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