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상금 1,050만유로(약 152억8,000만원)를 다투는 지상 최대의 축구 쇼가 26일 오전3시45분(한국시각) 단판으로 막을 올린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격돌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잉글랜드축구협회 창설 150주년을 기념해 '축구 성지'인 웸블리스타디움(런던)에서 벌어진다.
전세계를 통틀어 챔스리그보다 호화로운 스포츠는 없다. 우승팀은 상금은 물론 결승까지의 누적경기수당, TV 중계권료 등으로 총 1,000억원에 가까운 돈뭉치를 거머쥔다. 준우승 상금만도 650만유로(약 94억6,000만원)에 이른다.
◇뮐러 VS 레비="그는 몸이 부서져라 뛰면서도 부상이 없고 머리 회전도 빠르다. 공수 양면에서 바이에른을 빛내는 존재다." 토마스 뮐러(24ㆍ독일)에 대한 유프 하인케스 바이에른 감독의 칭찬이다. 뮐러는 미드필더이면서도 올 시즌 챔스리그에서 8골을 뽑았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등과 함께 득점 공동 3위. 우승에 대한 간절함도 남다르다. 뮐러는 "세 번이나 진다면 패배자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3년 전 인터 밀란과의 결승전 0대2 패배, 지난해 첼시에 1대1 뒤 승부차기 끝에 준우승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첼시전에서는 후반 38분 터뜨린 헤딩 선제골이 5분 뒤 디디에 드로그바의 동점골에 묻히고 말았다.
뮐러에 맞서는 도르트문트의 키 플레이어는 단연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5ㆍ폴란드ㆍ애칭 레비)다. 챔스리그 10골로 득점 2위(선두는 12골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레알 마드리드와의 4강 1차전에서 혼자 네 골을 넣었던 레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ㆍ아스널 등의 영입 대상에 올라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홈페이지를 통해 "레비는 이번 챔스리그에서 90분 동안 평균 11.1㎞를 끊임없이 움직였다"며 동료들을 활용할 줄 아는 '이타적인 공격수(selfless striker)'라고 소개했다.
◇오랑우탄의 예언 '도르트문트가 이긴다'=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독일 해양생물관의 문어 '파울'은 8경기의 승패를 정확히 예상해 화제를 모았다. 두 팀의 국기가 그려진 유리상자에 홍합을 넣으면 파울이 어느 쪽 홍합을 먼저 먹느냐에 전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점쟁이 문어' 파울이 죽고 없자 이번에는 오랑우탄 '발터'가 나섰다. 도르트문트 동물원에 사는 발터는 도르트문트 유니폼과 바이에른 유니폼이 각각 들어 있는 가방을 받고는 한 쪽을 열어 유니폼을 펼쳤는데 도르트문트의 노란색 상의가 나왔다.
사실 선수 구성 등 전력상으로는 바이에른의 우세다. 분데스리가에서 2위 도르트문트를 무려 승점 25점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챔스리그 4강에서는 바르셀로나를 1ㆍ2차전 누계 7대0으로 무릎 꿇렸다. 하지만 상대전적을 보면 도르트문트가 주눅 들 이유가 없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두 번 모두 1대1로 비겼고 지난해 포칼컵(독일의 모든 클럽이 참가)에서는 바이에른을 5대2로 대파했다. 위르겐 클롭 도르트문트 감독은 "우리는 세계 최강은 아니지만 세계 최강 팀을 꺾을 수는 있다"는 말을 남겼다.
◇캄프누의 기적과 이스탄불의 기적=서로를 너무 잘 아는 두 팀의 격돌은 '역대급' 명승부를 기대하게 한다. 챔스리그 사상 최고의 명승부로는 1999년 맨유가 쓴 '캄프누의 기적'과 2005년 리버풀이 이룬 '이스탄불의 기적'이 꼽힌다. 맨유는 0대1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에 두 골을 넣었다. 모두 데이비드 베컴의 도움이었고 당시 희생양은 다름아닌 바이에른이었다. 2005년 이스탄불에서는 AC 밀란에 0대3으로 뒤지던 리버풀이 전율의 드라마를 썼다. 후반 10분부터 5분간 세 골을 몰아치더니 승부차기 끝에 끝내 트로피(빅 이어)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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