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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의 남성학] 인고전과 인고봉

옛여인들 엽전·바느질로 인내

‘인고전’과 ‘원조교제’. 조선시대 여인들의 성적 억압과 현대 여성들의 성 개방을 대비할 수 있는 말이다. 결혼 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등 수십 년을 시집살이에 시달리며 집안에 갇혀 지냈던 옛 여인들은 해소되지 못한 성적 스트레스를 인고전(忍苦錢)으로 풀었다. 시집살이의 서러움과 억울함, 남편의 외도 등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있을 때 옛 여인들은 엽전 한 잎을 꺼내어 손아귀 속에서 마냥 굴리며 참았다. 이렇게 밤마다 잠 못 이루며 굴린 엽전은 수 십 년이 지나 늙으면 앞 뒤 글씨가 닳아 밋밋해지고 마는데 그때쯤이면 호호 할머니가 되어 성적 본능도 없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 사상가였던 박지원이 쓴 ‘함양박씨 열녀전’에는 이러한 여인들의 한 맺힌 삶이 그려져 있다. 청상과부로 살아가며 성적 욕망을 동전 굴리기로 억누르거나 치밀어 오르는 욕구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허벅지를 바늘로 찔렀던 밤…. 인고전과 함께 누비질을 하던 인고봉이란 바늘도 있다. 한 땀 한 땀 반복되는 누비 바느질로 서러움을 달래서 인고봉이라 했는데 부녀자들끼리 모이면 조금은 대담해져서 ‘씨에미 마빡 뚝딱/씨누이 마빡 뚝딱…’하고 다듬이질 장단에 맞추어 맺힌 억울함을 풀기도 했다. 이처럼 옛 여인들이 성적 욕망을 참고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면 요즘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성적 욕구를 즐긴다고 할 수 있다. 남자 유혹하는 정도가 아니라 ‘젊은 애인 만들기’가 유행하는가 하면 60%가 넘는 여성들이 남편에게 관계를 요구하고 보다 자극적인 성행위를 위해 체위변화 등을 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성의 남녀평등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90년대 들어 급증한 이혼율, 그 중에서도 81%에 해당하는 20~30대 부부들의 성 트러블에 의한 이혼이 이를 반영하는데, 남편으로부터 만족감을 얻지 못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이다. 따라서 날로 왜소해져만 가는 남성들로서는 위기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건강한 부부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전문의와의 상담 등을 통해 자신 있는 남성으로 탈바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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