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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12월 17일] <1578> 프린스 루퍼트


'루퍼트 왕자의 구슬(Prince Rupert's Drops)'이라는 유리 공예품이 있다. 올챙이처럼 생긴 이 구슬은 신기한 구슬로도 불렸다. 앞머리 부분은 쇠망치로 내려쳐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반면 가는 꼬리 부분을 부러뜨리면 전체가 부서져 가루가 되기 때문이다. 꼬리에 흠집만 내도 폭발하는 경우도 있다. 신기한 현상의 원인을 알아내려는 과학자들을 괴롭혀온 이 구슬을 만든 사람은 영국의 루버트 왕자. 제임스 1세의 외손자이며 찰스 1세의 조카인 그는 1619년 12월17일 프라하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와 스페인ㆍ보헤미아ㆍ영국을 오가면서 각국의 문물을 익히며 자랐다. 다채로운 경험은 그에게 기병대 지휘관과 해군 제독에서 동판화가ㆍ발명가까지 다양한 직업과 취미를 안겨줬다. 신기한 구슬 발명은 1640년께. 녹은 상태의 유리액을 찬물에 떨어뜨렸더니 가늘고 긴 꼬리를 가진 물방울 모양이 나왔다. 대신들을 골탕 먹이려고 발명한 구슬의 신비가 완전히 규명된 것은 19세기 말. 찬물에 떨어진 유리액의 둘레는 급격히 식어 유리로 변하는 반면 속은 서서히 굳는 과정에서 인장력이 구슬 안에 갇혔다는 것이다. 물의 온도차와 유리의 인장력으로 탄생한 구슬의 원리는 오늘날의 강화유리를 낳았다. 방탄유리의 원조로도 꼽힌다. 귀족의 놀이가 과학으로 발전한 대표적인 사례다. 루퍼트 왕자는 캐나다 곳곳에도 흔적을 남겼다. 미국과 캐나다 중부를 포함했던 광활한 루퍼트 랜드가 허스든 회사의 초대 총독이었던 그의 이름에서 나왔다. 프린스 루퍼트는 우리 귀에 보다 익숙해질 것 같다. 태평양과 맞닿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북부에 위치한 천혜의 항구 프린스루버트가 천연자원ㆍ목재 등의 아시아권 수출확대를 노리고 항만시설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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