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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수급 틀 다시짜자] 2. 고실업시대의 그늘

대학축제가 한창인 지난 15일 저녁 서울 신촌의 한 대학 도서관. 신나는 음악이 캠퍼스를 울려 퍼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각 열람실 곳곳에는 취업 준비생과 고시생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축제 분위기에 아랑곳없이 공부하고 있는 이들의 얼굴 표정에서 취업의 험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는 P모(28)씨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막연히 걸어가고 있는 기분”이라며 “캠퍼스 축제는 딴 세상이야기”라고 일축했다.그는 이어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예 고시로 전향하는 졸업생들이 학교 도서관이나 신림동 고시촌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전했다. 취업난이 가중되자 고시촌에 졸업생들이 몰리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취직이 어려워지자 30대 후반에라도 고시에 합격하면 인생을 보상 받을 수 있다는 심리가 대학졸업자를 고시촌으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부터 사법고시를 준비중인 L모(31)씨는 “예전과 달리 사법시험에 대비하려면 학원 강의가 필수”라며 “신림동 고시촌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고시생들로 때아닌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P씨나 L씨처럼 도서관이나 고시촌을 찾아 절차탁마하고 있는 이들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어학연수에다 각종 자격증 등에 매달렸지만 구직 실패에 지친 일부 젊은이들은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며 사회생활에 대한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친구나 애인은 물론 가족들마저도 스스로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목숨을 끊는 젊은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Y모(27)씨는 지난달 27일 서울 성산대교 북단 선착장에서 한강으로 뛰어들어 익사했다. 같은 달 22일과 9일에도 서울 석촌동과 인천시 가좌4동에서도 K씨(24)와 또 다른 L모(27)씨가 각각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이들 모두 일자리를 찾지 못해 우울증 등에 시달리다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취업사이트인 스카우트(www.scout.co.kr)가 지난해말 구직자 2,3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 취업으로 인해 자살충동을 느꼈다는 대답이 응답자의 43.9%를 차지할 정도로 이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정찬호 마음누리(정신건강)클리닉 원장은 “미 취업에 따른 상실감이 대인기피증은 물론 우울증을 유발하고 심할 경우 자살충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취업난의 폐해는 신용불량자를 양산 하는 사회문제로도 이어진다. 은행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20~30대 신용불량자는 모두 143만9,000명으로 해당 연령 전체인구의 9%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6월말 100만명에서 9개월 만에 43% 가량 늘어난 수준. 20대만 따져봐도 신용불량자는 해당 연령 인구의 8%인 57만5,000명에 달했다. 은행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20~30대들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며 “취업난이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이를 금융전과자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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