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이 25일 파악한 결과를 보면 위기의 중심인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뒤에는 투자자와 경영진, 금융감독 당국이 얽힌 쟁점이 있다. 우선 개인투자자의 피해 규모와 그 뒤에 불완전판매가 있지 않은지가 최대 논란이다. 아울러 현재 경영진은 개인투자자의 돈을 긁어모아 경영권을 지키는 데 썼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거취가 주목된다. 여기에 금융감독 당국은 시장자율과 개입 사이를 적절하게 오갔는지 책임론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Q. 투자자의 예상 피해 규모는
A. CP와 회사채 투자자는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동양그룹의 부실 계열사가 발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CP와 회사채는 모두 4만6,900여명이 약 1조4,564억원어치를 들고 있다.
만약 일부 계열사들이 기업어음이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부도 처리가 되고 그 이후에는 해당 기업이 자산을 팔아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다. 앞서 부도 처리된 웅진그룹의 경우는 상환율이 60%대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지난 2011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한해운은 3,800억여원의 회사채 중 10% 정도만 투자자들에게 돌려줬다.
반면 동양증권을 통한 펀드ㆍ신탁ㆍCMA(종합자산관리계좌)ㆍ주식계좌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투자자들이 증권회사를 통해 투자한 금융투자상품과 고객예탁금은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금융 등 별도의 기관에 예탁된다. 법규상 별도 예탁의무가 없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의 경우 국공채와 예금 등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되는 만큼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와는 상관이 없다. 중간에 환매할 경우 오히려 5~8%의 높은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Q. 피해를 구제 받을 수 있나
A. 동양그룹의 CP와 회사채는 주로 동양증권을 통해 팔았고 동양자산운용 등이 펀드에 편입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했다.
CP와 회사채는 주로 전문적인 기관투자가의 영역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에게 팔 때 위험을 제대로 고지했는지 여부가 불완전판매를 판가름하게 된다. 투자 횟수가 적거나 전문직이 아닌 경우, 나이가 많은 경우는 불완전판매로 판명이 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LIG CP 사태처럼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기업의 위험을 숨기고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동양은 LIG의 경우와 다르다고 말한다. 수년간 거액을 CP에 투자한 소수의 전문투자자라는 것이다. 금융 당국도 불완전판매 등 투자자 보호 대상은 50인 이상의 장기투자자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고수익을 좇은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다만 동양이 단기CP의 만기를 계속 연장하는 롤오버를 통해 장기CP로 운용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은 "적극적으로 피해신청을 받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집단소송 등 모든 법적인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Q. 현 경영진의 거취는
A.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진의 거취는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재 경영진이 그동안 시장에서 과도하게 고금리로 자금을 끌어다 쓴 배경에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의도가 짙었다는 지적이 있다. 현 회장 측이 동서인 담철곤 오리온 회장에게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도록 신용보강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결국에는 현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검찰이 동양의 CP에 대해 사기성 발행으로 혐의를 잡는다면 현 경영진은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 이에 대해 당국 관계자는 "너무 앞선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오너가(家)에서 2세인 현 회장에게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경영권을 3세인 현승담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에게 넘기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동양네트웍스가 이날 조회공시 답변에서 창업주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1,500억원 규모의 오리온 주식 15만9,000주(2.66%)에 대해 증여를 결정해 차입금 감소가 기대된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관측을 키웠다.
Q. 구조조정 전망은
A. 시장에서는 그룹 계열사 중 동양증권 등 탄탄한 금융계열사는 매각되고 제조사 중에는 동양시멘트 등의 주인이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완전자본잠식상태인 일부 계열사는 아예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있다. 핵심 계열사인 동양매직의 경우 오너가에서 지키고 싶어하지만 당국과 시장에서는 가장 빨리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 할 매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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