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가 빠른 속도로 실물 경제에 전염되면서 산업생산과 소비ㆍ투자지표가 일제히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경기 예측의 기준이 되는 선행지표들이 줄줄이 곤두박질치고 있어 실물경제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혹한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 ‘찬바람’에 기업ㆍ소비자 ‘동면’ 돌입=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1% 늘었다. 전달의 1.9%에 비하면 생산활동이 활발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한 꺼풀만 들춰보면 사정은 다르다. 지난 9월 생산지표가 좋아진 것은 단순히 조업일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조정지수를 보면 산업생산은 오히려 전년 동월비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전월 대비 생산도 0.6% 줄었다. 전월비 생산지수는 7월 -0.3%, 8월-2.2% 등에 이어 석달 연속 감소세를 보여 2000년 9월부터 2001년 1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한 이래 최장을 기록했다. 재고도 큰 폭으로 늘었다. 9월 생산자제품 출하는 전년 동월비 5.9% 증가한 반면 생산자제품 재고는 17.4% 늘어나 재고 증가율이 출하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제조업 재고ㆍ출하순환은 8개월째 경기둔화ㆍ하강국면에 위치하게 됐다. 재고는 쌓이고 생산도 둔화되다 보니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7.3%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기업의 생산활동이 위축된 것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9월 소비재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비 2.0% 줄어 석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비지표는 6월 –4.3%에서 7월 4.5%로 ‘반짝’ 반등했다가 8월 0.0%로 다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기계ㆍ건설수주 등 투자 선행지표 급락=앞으로의 투자 경기를 반영하는 수주 지표의 급락도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이다. 9월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수장비 투자 증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3%의 양호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선행지표인 기계수주는 전년 동월비 33.4%나 급락해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당분간 풀리기 어려울 것임을 나타냈다. 기계수주는 8월에도 –3.9%를 기록, 2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고용효과가 큰 건설 경기도 앞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건설경기를 반영하는 건설기성은 공공 및 민간 공사 증가로 15% 증가했지만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건축 부문 수주 감소로 40.4% 급감했다. 이는 1999년 3월 –50% 이상 급락한 이래 가장 가파른 낙폭이다. 앞으로의 전반적인 경기국면으로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는 벌써 10개월째 끝 모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9월 경기선행지수는 전년 동월비 –0.7%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99.1포인트에 머물렀다. 윤명준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최근 3개월 동안 자동차 노사분규, 휴대전화 보조금 폐지 등으로 산업생산과 소비가 영향을 받았고 투자도 선행지표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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