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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에게 길을 묻다] <상> '언제나 1등' 평생의 경영화두…

'글로벌 삼성' 토대 마련<br>■ 시대를 뛰어 넘은 '경영철학'<br>최고의 인재 모아 '無→有 이끈 창조경영' 실천<br>전사적 자원관리·경영진단등 국내 최초로 도입<br>전략적 리더십·디테일 겸비한 '21C 기업가 모델'


호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1등을 추구하는 경영철학은 오늘날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평소 정신 수양을 위해 서예를 즐기던 호암이 '겸허(謙虛)'를 쓰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삼성

SetSectionName(); [거인에게 길을 묻다] '언제나 1등' 평생의 경영화두… '글로벌 삼성' 토대 마련■ 시대를 뛰어 넘은 '경영철학'최고의 인재 모아 '無→有 이끈 창조경영' 실천전사적 자원관리·경영진단등 국내 최초로 도입전략적 리더십·디테일 겸비한 '21C 기업가 모델' 이종배기자 ljb@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호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1등을 추구하는 경영철학은 오늘날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평소 정신 수양을 위해 서예를 즐기던 호암이 '겸허(謙虛)'를 쓰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삼성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호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이 낳은 20세기 최고경영자(CEO)로 불려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새롭게 조명 받는 이유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가는 삼성그룹의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호암은 지난 1938년 자본금 3만원으로 출발해 1953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에 진출했고 1986년에 이미 전세계 70곳에 해외 법인을 설립하며 오늘의 삼성을 있게 했다. 그룹의 성장을 이끈 그의 경영 철학은 '스마트'로 대변되는 21세기 최첨단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20세기 경영자인 호암은 21세기가 요구하는 경영자의 덕목과 비전을 지닌 인물"이라며 "전략적 리더십을 갖추고 큰 그림을 보면서도 디테일도 챙기는 등 그의 경영철학은 현재 CEO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겉으로 드러난 호암의 경영철학은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호암 스스로도 자서전에서 이 세가지 기본철학을 절대 잊은 적이 없다고 회고한다. 현재의 삼성그룹 경영철학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호암에게 이 시대 사람들이 배울 것은 3대 경영철학에 숨겨진 CEO로써의 비전과 열정이다. CEO로써 호암이 평생 동안 간직한 것은 '언제나 1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화두는 호암의 마지막 소원이자 평생을 관통한 제1의 경영철학이다. 한창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선대 회장은 무에서 유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요즘 창조경영과 맥을 같이한다"며 "과거의 것을 개선하거나 혁신하는 차원을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1위'를 향한 열정은 호암을 무모한 도전가로, 때로는 글로벌 개척자로 만들었다. 삼성이 제당ㆍ모직ㆍ반도체 등 신수종 사업에 착수할 때 지키는 한 가지 관통된 원칙이 있다. 그것은 장래를 내다보고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설과 품질을 유지할 만한 국제 수준의 대단위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사업 진출 당시 호암은 수원시 매탄동에 45만평, 경남 울주군 가천지역에 70만평의 대규모 부지를 확보했다. 당시에는 부동산 투기라는 비난이 일었다. 내부에서 반대도 심했지만 현재는 부지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호암은 전자산업에 진출할 때 ▦전자단지 대형화 ▦공정의 수직계열화 ▦기술개발 능력 조기 확보라는 3대 원칙을 세웠다. 이미 그는 21세기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1등이 돼야 한다는 그의 경영 이상은 삼성을 글로벌 개척자로 탈바꿈시켰다. 호암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미국의 시애틀 국제박람회에 참가했다. 당시 판매를 위해 들고 나간 상품은 공예품과 잡화류였다. 1953년 9월에는 한국 기업 최초로 도쿄에 지점을 세우기도 했다. 큰 그림을 그리는 CEO였지만 호암은 동시에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큰 그림을 보면서 디테일까지 살필 수 있는 CEO는 요즘도 흔하지 않다. 호암은 한국 경제가 맨땅에서 발버둥칠 때 큰 그림을 지속, 유지시키기 위해 세부 경영전략도 빼놓지 않았던 치밀한 CEO였다. 호암은 정보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았다. 이 때문에 삼성은 국내 기업 가운데 어느 회사보다 먼저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비롯한 첨단 정보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었다. 일본 소니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소니 TV를 앞지를 수 있었던 것은 전세계를 실시간으로 잇는 ERP와 공급망관리 시스템 덕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호암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정보시스템의 중요성을 간파했던 것이다. 박오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신 정보가 기업의 생명이라는 것을 호암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이라며 "그는 한국보다 정보가 빠른 일본에서 최신 트렌드를 접한 뒤 이를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조직운영에 필수적인 인재경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호암은 "내 일생의 80%를 인재를 모으고 교육하는 데 썼다"고 말했을 정도다. 창업 초기 호암은 자본금을 일정 규모로 정하지 않았다. 사원이면 누구나 투자해 응분의 이익을 배당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능력에 따른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사장이나 평사원이나 일에 몰두 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했다. 비전과 꿈을 가지고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호암은 최근 들어 경영학의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경영진단을 최초로 도입했다. 그는 이미 1960년대 외부 전문가에 의한 각 사의 경영진단을 정례적으로 실시했다. 또 각 기업이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하고 매월 계획 대비 실적을 평가함으로써 임직원들이 안주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기업가란 불확실한 세계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라며 "호암 이 전 회장은 21세기가 요구하는 기업가 정신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호암의 경영철학과 이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다. ['한국경제 대부' 거인에게 길을 묻다] 기획·연재기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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