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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이용백 한세실업 대표

"현지인과 한국식 스킨십 경영이 해외 진출 성공비결이죠"<br>나이키 등에 의류 납품… 1년중 3분의1은 해외서 보내<br>베트남으로 때맞춘 생산기지 이전은 '오랜 발품' 덕분<br>"미싱 돌아가는 소리 언뜻 들어도 공장 분위기 알아요"



이용백(57ㆍ사진) 한세실업 대표는 일년의 3분의1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공장이 과테말라ㆍ니카라과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 전세계에 골고루 퍼져 있다 보니 가방 하나만 들고 출장길에 오르는 것이 일상화됐을 정도다. 이 대표와 만난 당일에도 그는 인터뷰가 끝나면 바로 베트남 하노이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넥타이도 매고 오지 못했다고 기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는 세계 곳곳의 공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젠 미싱 돌아가는 소리만 언뜻 들어도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전문가 행세를 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한세실업은 지난 1982년 창립된 의류수출 전문업체다. 미국의 나이키나 갭ㆍ아메리칸이글 등 유명 의류브랜드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또는 제조자디자인생산(ODM) 방식으로 의류를 납품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월마트ㆍ타겟 등 대형 할인매장에 깔린 제품도 대부분 한세실업이 만든 것들이다. 이미 1980년대부터 시장의 변화흐름을 일찍이 간파하고 관세율과 인건비가 낮으면서 생산성이 높은 국가를 찾아 다니며 세계를 상대로 제품을 판매해온 글로벌 경영의 선두주자인 셈이다. 1987년 입사해 20년이 넘는 세월을 한세실업에서 보낸 이 대표는 사이판ㆍ베트남ㆍ니카라과 등 주요 생산기지의 건설과정을 일일이 주도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경영감각과 세상을 보는 눈을 익혔다. 그는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본사 인력 30명에 생산라인도 6개밖에 없었다"며 "1988 올림픽을 전후해 노사분규가 절정에 이르고 임금도 올라 상당수 의류수출업체들이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렸던 것과 달리 해외 생산공장을 통한 수출에 집중했던 전략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3년반이나 공장장을 맡았던 사이판에서의 경험은 이 대표의 인생과 회사 도약에 큰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세실업은 1988년 국내 생산에서 벗어나 첫 해외생산기지로 사이판을 선택했다. 현지 공장장을 맡으라는 회사의 명령을 받았던 그는 처음에는 회사를 옮길까 하는 고민까지 했지만 결국 가족들과 함께 사이판행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사이판에서의 생활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당시 사이판의 치안이 좋지 않아 공장 주위에 철조망을 쳐놓았는데 이를 비정부기구(NGO)에서 사진을 찍고 노동자 탄압이라며 압박을 넣었던 적도 있었다. 그는 "밖에서 사진을 찍어 놓으니 꼭 수용소 같은 느낌이 들더라"며 "노동력 착취를 하고 있다는 것처럼 미국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면 즉각 불매운동이 벌어지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비상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현지 노동자들과 본사 관리직원들 사이에 도사리고 있는 문화 및 업무방식의 차이를 해결하는 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그는 무엇보다 현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현지 관리자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지 세세한 노하우를 익힐 수 있게 됐다. 사이판에서의 경험은 이 대표에게 해외무대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밀착경영의 소중한 교훈을 안겨줬다. 한세실업은 지금도 해외생산법인에 파견된 한국인 직원들을 현지 직원들의 경조사에 일일이 참석하게 하고 매년 한국인 직원들과 현지 생산직직원 및 가족들이 함께 하는 체육대회를 성대하게 갖는 등 스킨십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해외 공장을 찾을 때마다 협력과 융합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는 한다. 2000년대 초반 사이판에서 철수하고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것도 이 대표의 '오랜 발품'이 일궈낸 결과였다. 사이판 임금이 오르자 대체생산기지를 찾아 나섰던 이 대표는 베트남이 곧 미국과 통상수교가 될 것이라는 정보를 듣고 과감히 베트남 진출을 결심했다. 리스크는 컸지만 한세실업은 결국 2002년 2월 미국ㆍ베트남 통상재개 시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베트남에서 시제품을 생산하게 됐고 오늘날 회사의 주력 생산기지로 자리잡게 됐다. 이 대표는 "바이어들이 어느 지역을 선호한다든지, 어떤 지역이 미국의 관세 혜택을 입을 수 있을지 등 주요 정보는 모두 현장에서 나온다"며 "가만히 앉아서 종이만 붙잡고 있는다면 회사가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방글라데시 소요 사태 이후 저임금에 의존하는 의류수출업체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현장에 와봤다면 할 수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매년 임금이 10% 오르지만 생산성은 30%씩 오르고 있으며 단순 OEM 방식이 아닌 디자인까지 제공하는 ODM 방식의 납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세실업은 2008년 뉴욕 디자인사무소를 열고 파슨스 등 유명 디자인스쿨 출신 인력을 영입하는가 하면 바이어에게 직접 디자인과 콘셉트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최근 주요 바이어들이 급변하는 영업환경으로 납품처를 축소하는 대신 우수 협력사와 거래규모를 늘리는 '딥&내로(Deep&Narrow)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중국이나 동남아 업체들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평생을 의류업계에 종사해왔던 이 대표의 마지막 꿈은 한세실업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계절이 변함에 따라 옷을 바꿔 입듯이 기업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변화에 따라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며 "한세실업도 30년을 넘어 50년, 100년을 바라볼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젠 자체브랜드 만들어 세계시장으로"
■ 미래 성장동력은
2015년 매출 1조5,000억 목표 이용백 대표는 요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브랜드를 통한 의류시장 진출전략을 마련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세실업이 지주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 아래 예스24ㆍ아이스타일24 등 유통전문업체들을 계열사로 둔 체제로 변한 만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제조자디자인생산(ODM) 전문업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고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최근 온라인 전용으로 론칭한 NYbH(뉴욕바이한세)는 일종의 테스트 브랜드"라며 "장기적으로 좁은 내수시장보다는 인구 2억5,000만명의 미국 등 세계무대를 겨냥한 브랜드를 보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세실업의 올해 미국시장 예상점유율이 1%대에 불과하지만 미국시장을 장악했을 때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규모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한세실업은 이미 글로벌 브랜드 납품을 통해 세계적 의류제조기술을 인정 받은 만큼 NYbH를 통해 유통노하우를 쌓고 해외 무대에 데뷔할 계획이다. 특히 이 대표가 지난해 12월 한세예스24홀딩스의 대표로 새롭게 취임해 유통계열사와 한세실업의 상호협력을 통한 자체브랜드 강화전략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베트남 띠엔장에 제3생산법인을 완공하고 하노이에도 공장을 증설해 우븐 생산비중을 대폭 높일 방침이다. 그는 "한세실업은 그동안 니트를 주력품목으로 성장해왔지만 미국에서 여성정장이나 파티복에 들어가는 우븐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현재 우븐 부문 매출은 연간 7,000만달러 수준이지만 연내 우븐 매출액을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한세실업은 오는 2015년까지 매출액 1조5,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며 계열사 전체로는 2조9,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로또복권을 보면 1등 당첨자는 수십억원을 받지만 2등 상금은 1억도 안 되는 것처럼 기업도 1등과 2등의 차이는 엄청나다"며 "한세실업을 세계적 의류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백 대표는
▦1953년 출생 ▦1981년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1987년 한세실업 입사 ▦1998년 한세실업 상무이사 ▦2002년 한세실업 전무이사 ▦2004년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수료 ▦2004년 한세실업 대표이사 ▦2010년 한세예스24홀딩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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