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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2월 5일] <1260> 제조업보고서


‘미국의 미래는 제조업에 있다.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입 공산품에 관세를 매겨 국내산업을 보호해야 한다.’ 1791년 12월5일 알렉산더 해밀턴 미국 재무장관이 의회에 제출한 ‘제조업에 대한 보고서’의 골자다. 보고서의 배경은 영국의 자유무역 정책. 무역수지 흑자를 중시하는 중상주의에 따라 어떤 나라보다도 높은 관세를 유지했던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자신감을 갖고 자유무역으로 선회하자 영국의 제조업을 영원히 따라갈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보고서를 만들었다. 해밀턴은 보고서를 회심작으로 여겼다. 연방 국채 발행을 통한 공공채무 해결과 중앙은행 설립에 대한 반대를 두차례의 보고서 제출로 극복했던 터라 자신감도 넘쳤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해밀턴이 죽을 때(1804년)까지 전혀 실행되지 못했다. 면화와 담배를 유럽에 수출해온 남부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해밀턴 보고서가 꽃피운 곳은 독일. 미국에 망명 중이던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제조업 보고서에 영감을 얻어 독일에 ‘유치산업 보호론’을 심었다. 독일 역사학파 경제학도 이런 과정 속에서 생겨났다. 미국에서 제조업 육성 논란은 피를 불렀다. 관세법을 ‘증오의 법률’이라며 반대하던 남부의 반발이 남북전쟁으로 뭉개진 뒤부터 미국은 해밀턴 보고서를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삼아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고율관세를 유지하며 제조업을 키웠다. ‘관세와 보조금이라는 사다리’를 타고 일등 공업국가에 오른 셈이다. 경쟁력을 갖춘 뒤 미국은 자유무역으로 돌아섰다. 다른 나라들의 관세와 보조금은 인정하지 않았다. 세상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경쟁력을 상실한 자동차 같은 분야에서 미국은 보호무역으로 선회하려는 조짐이다. 남의 사다리는 걷어차고, 자신들의 사다리는 다시 꺼내고…. 세상 참 불공평하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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