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회사를 분할하는 상장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서서히 걷히면서 국내 상장회사들이 사업 분할을 통해 경영위험 분산과 경영효율성 강화,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회사분할이 시장에서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지는 것은 아닌 만큼 분할을 통해 목표했던 효과를 낼 수 있는 지를 꼼꼼히 살펴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7일까지 ‘회사분할’공시 건수는 총 44건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45건)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서 8월까지 총 3건에 그쳤던 회사분할 공시는 9월(8건), 10월(7건)을 거쳐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회사분할을 공시하는 업체들 중에는 대기업 계열사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특히 동부그룹 계열사의 회사 분할 공시가 눈에 띈다. 동부제철은 지난 13일 선재부문을 물적 분할해(기존 회사가 신규설립회사의 지분과 경영권을 갖는 형태) 내년 1월1일 동부특수강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동부제철의 주력 사업인 판재사업과 선재사업을 분리해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동부건설도 지난 8일 물류사업부문을 물적 분할 한다고 공시했다. 동부건설의 물류산업은 지난 3년 간 적자를 기록했던 저 수익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책임경영체제를 수립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백제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수익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성격이 큰 의미를 가진다”며 “동부건설의 부채비율도 236%에서 180% 수준으로 개선된다”고 평가했다. SK에너지도 지난 1일 물적 분할을 통해 SK에너지석유와 SK에너지화학을 신설한다고 밝혔고 KB금융지주도 지난 달 28일 신용카드사업부문을 분리 설립하는 인적 분할을 공시했다. 이밖에 유가증권시장의 선진, 퍼시스, 미원상사, 대우차판매 코스닥시장의 나우콤, 지아이블루, 하림, 한국캐피탈, 에듀언스, 보광사이버다임 등도 9월 이후 회사분할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 업체들이다. 주가 측면에서 보면 회사분할 공시가 매번 주가상승을 이끄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9월 이후 회사분할을 공시한 15개 상장회사들의 공시 직전 거래일 주가와 공시 당일 주가를 비교해본 결과 회사분할 공시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곳은 동부건설, 미원상사, 선진, 대우차판매 등 7개에 불과했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일부 기업들의 경우 회사 분할을 주가 상승이나 최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분할 공시를 무조건 호재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공시 내용을 꼼꼼히 살펴서 시너지 효과가 가능한 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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