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지금은 보안이 급하다 제5보(101~126) 흑5는 싸움의 급소. 이곳을 역으로 백에게 빼앗기면 상변이 그대로 백의 진영으로 굳어질 것이다. 바로 이때가 백으로서는 기로였다. 여기까지 기분좋게 달려온 박병규가 승리의 못질을 할 때가 온 것이었다. 문제는 초읽기의 압박이었다. 1인당 제한시간은 5분. 5분을 모두 소비하고 나면 30초의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30초 이내에 한 수를 두지 않으면 다시 30초가 주어진다. 이렇게 5차례의 30초가 경과하면 그대로 시간패가 선언되는 것이다. 지금 박병규는 그 마지막 30초에 몰려 있다. 계시 담당자가 20초부터는 친절하게 카운트를 해주는데 그 삼엄하기가 저승사자와 같다. “일곱, 여덟, 아홉.” 아홉에 백6이 허겁지겁 놓였다. 시간여유가 있는 송태곤이지만 노타임으로 7에 받았다. 이른바 시간공격. 상대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요령이다. “일곱, 여덟.” 여덟에 백8이 놓였다. 검토실의 최철한은 이 수를 보더니 만약 백이 지면 이 수가 패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참고도의 백1 이하 11이었다. 지금은 상대의 약점을 노릴 때가 아니라 자기 말의 보안을 생각해야 할 때라는 얘기였다. 실전은 흑도 부담스럽거니와 백은 더 부담스러운 수상전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3-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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