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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자동차시장] (상) 新3강구도, 위기와 기회

車산업 글로벌체제 편입 신호탄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함으로써 국내 자동차시장이 격랑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들어서게 됐다. GM의 등장은 국내 자동차산업이 본격적인 글로벌 체제에 진입한다는 신호탄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르노에 이어 GM까지 한국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시장은 이제 현대ㆍ기아차로 대표되는 '토종'과 '이방인'간의 생사를 건 격전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자본력과 기술을 자랑하는 GM의 등장은 국내 자동차산업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공룡' GM과의 경쟁을 위해 기술개발ㆍ마케팅 등에서 보다 피나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을 통해 세계일류 자동차메이커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GM의 대우차 인수로 국내 자동차시장은 현대ㆍ기아와 지난해 7월 출범한 르노삼성, GMㆍ대우의 3파전으로 재편됐다. 현대ㆍ기아의 토착세력과 세계 1위인 GMㆍ피아트 컨소시엄이 인수한 대우차 및 세계 6위의 르노ㆍ닛산 그룹이 인수한 삼성차 등 해외자본 유입세력이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현대ㆍ기아차가 74%(현대 45.2%, 기아28.6%)로 독주하고 있다. 이어 대우차 16.9%, 쌍용차 6.6%, 르노삼성차 1.9% 순이다. 대우차가 GM으로 넘어가도 현대ㆍ기아차와 쌍용차의 점유율이 82.4%(삼성상용차 0.8% 제외)에 달해 '토종기업'이 외국 업체에 비해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토종기업이 절대강자의 지위를 유지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GM은 대우차를 인수하면 첨단기술ㆍ금융과 연계한 마케팅 등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갈 전망이다. 자동차업계 일부에서는 GMㆍ대우차의 시장점유율은 머지않아 레간자ㆍ누비라ㆍ라노스 등 이른바 '대우 3총사'가 일시에 투입됐던 지난 97년 초의 33% 수준까지 손쉽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역시 만만치 않다. GM보다 한발 앞서 한국에 거점을 마련한 르노삼성은 현재 SM5 단일 차종만으로 매달 7,000대 안팎을 판매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특히 내년 초 중소형 시장을 겨냥한 SM3 모델을 투입, 오는 2003년까지 시장점유율을 1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ㆍ기아의 독주체제는 사실상 마감"이라며 "앞으로 5년 안에 자동차 시장점유율은 현대ㆍ기아차 60~65%, GMㆍ대우 30~35%, 르노삼성 5%선을 이룬 후 각 사의 전투력에 따라 점유율이 변동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GM의 등장으로 가장 위기의식을 느끼는 곳은 현대ㆍ기아차. 내수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해오던 현대ㆍ기아차는 이제 안방에서조차 본격적인 글로벌 3강 체제가 시작됨에 따라 기술, 신모델 개발력, 마케팅 및 AS망 등 대격전을 위한 전투력 점검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경쟁을 치르기 위해 일정수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부담마저 짊어지게 됐다. 현대ㆍ기아차의 생산능력은 300만대(2000년 말 기준) 규모다.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정설처럼 자리잡은 '최소 400만대 생존설'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GM은 875만대, 포드 722만대, 도요타 493만대, 다임러크라이슬러 486만대, 폴크스바겐(478만대) 등 대부분의 메이저들이 모두 400만대를 휠씬 웃도는 생산능력을 갖춰놓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따라서 GM과 르노가 국내시장에서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에 기득권을 더욱 탄탄히 하고 첨단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등 앞으로 2~3년 안에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GMㆍ대우차와 르노삼성차가 국내 시장에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GM은 특히 국내의 곱지 않은 여론, 대우차 노조와의 힘 겨루기 등 숱한 난제들을 떠안은 채 대우차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익히 알려진 한국 자동차시장의 보수성을 극복하고 한국 수요자들의 구미에 맞는 적정한 가격대의 차종을 개발하는 것 등도 GM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르노 역시 SM5 단일 차종만으로 시장관리에 나서는 상황이어서 다양한 모델을 요구하는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도 생산원가를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에 현대ㆍ기아차, GMㆍ대우등 버거운 상대를 맞아 언제쯤 안정궤도에 들어설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송상훈 동원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죽느냐 사느냐는 게임이 시작됐다"며 "국내업체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장점인 가격경쟁력을 더욱 살리고 정부도 부품산업의 보호ㆍ육성책을 비롯한 자동차 산업의 종합적인 발전계획이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석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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