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쪽에서 날아온 '파라과이 응원녀' 라리사 리켈메(25)가 마음껏 한국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애완견을 좋아하고, 쇼핑을 좋아하고, 춤 추기를 좋아한다"고 스스럼 없이 밝힌대로 하고픈 일을 다하며 한국의 '훈남'들과 서울 곳곳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두번째 남자와의 데이트가 있던 지난 1일, 리켈메는 북촌 한옥마을과 인사동, 여의도 63시티를 돌며 증권사 직원인 엄모씨(27)와 함께 했다. 한옥마을에서 엄씨를 처음 본 순간 수줍은 듯 발을 동동 구르며 드러냈던 셀렘도 잠시. 어느새 자기 중심적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데이트보다는 쇼핑에 관심이 많았고, 데이트 상대와 이야기하며 서로를 알아가려고 애쓰기 보다 혼자만의 즐거움을 찾으려는 듯 했다. 지난달 26일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을 떠나 브라질 상파울루, 미국 휴스턴, 일본 도쿄를 거쳐 72시간의 긴 여행 끝에 찾아온 한국이다 보니 보는 것마다, 가는 곳마다 얼마나 새롭고 신기할까. 호기심 많은 라틴계 남미 아가씨에겐 아무리 멋진 한국 남자도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리라. 1,592명의 지원자 중 자신이 선택한 3명과 '공개 맞선'을 위해 서울 나들이에 나선 리켈메는 지난달 28일 밤 어머니 림삐아씨와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강행군을 이어갔다. 난생 처음 하얀 눈을 직접 보자 아이처럼 기뻐하며 숙소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로 이동한 뒤 29일 공식 기자회견에 이어 30일에는 대기업 직원인 첫 남자 허모씨(27) 를 홍대 앞 애견 카페에서 만났다. 리켈메는 아순시온에서 수출업을 하는 사업가 아버지 집안에서 1남3녀 중 셋째 딸로 자랐다. 강아지 등 애완 동물을 유독 좋아해 파라과이 집에선 9마리의 애완견을 기르고 있다. 첫 남자가데이트 장소를 애견 카페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리켈메는 두번째 남자와의 데이트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의도 63시티 씨월드에 들어서자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수족관을 돌아보는 동안 상어와 펭귄을 보자 유난히 좋아했다.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각가지 포즈를 취해가며 신나게 놀았다. 데이트 상대는 뒷전이었다. 그래도 '착한' 엄씨는 "라리사의 첫 이미지가 섹시함이었는데 데이트를 하다 보니 귀엽고, 소녀처럼 천진난만한 모습도 있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어디서든 쪼르르 뛰어다니는 등 꾸밈없이 행동하니 어떤 남성이 싫어하겠냐"고 그저 웃었다. 리켈메가 데이트를 하려고 나온 건지 혼자 놀러 나온 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언행을 일삼아도 엄씨는 그냥 품어줬다. 결혼정보회사 선우는 올해 초부터 '짝짓기 업무'를 미국과 동남아 등 해외로 넓히기 시작했다. 남아공 월드컵 때 민소매 셔츠 사이로 드러난 풍만한 가슴 골에다 휴대전화를 꽂고 파라과이를 응원하는 한 장의 사진 덕에 일약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은 리켈메가 주한 파라과이 대사관의 지인을 통해 '선우'를 알게 된 뒤'공개 데이트'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가자 뭇 남성들이 몰려 들었다. 리켈메는 데이트 신청자들이 써낸 '마이 스토리'를 읽고 3명을 선택했다. 처음 한국 땅을 밟던 날, 리켈메는 "한국 남자는 책임감이 강하고, 여자를 세심하게 배려한다고 들었다"며 "자상한 한국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두번째 남자 엄씨는 섬세하고 자상했다. 한국적인 것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 자신이 직접 선택한 데이트 장소인 인사동에선 바리바리 사들여야만 채워지는 리켈메의 쇼핑 욕구를 묵묵히 바라봤다. 한국 전통 공예품 등이 담긴 쇼핑백을 들어주고, 옮겨주는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리켈메는 신이 났다. 연신 "한국에는 예쁜 것이 참 많다"며 인형, 부채, 나막신 등을 손에 넣었다."작은 소품들이 옷에 걸려 떨어질 것 같다"며 겉옷을 벗고 쇼핑에 열을 올렸다. 누구나 그렇듯이 이국 땅에서의 쇼핑이 얼마나 즐거웠으면 주변의 반응은 안중에도 없었다. 관광객의 모습 그대로였다. 두번째 맞선은 시작부터 일정이 뒤엉켰다. 약속된 시간에 리켈메가 움직이지 못했다. 몸살 기운 탓이라 했다. 부랴부랴 서둘러 북촌으로 향했다.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엄씨와의 상견례가 낮 12시15분에야 이뤄졌다. 북촌 둘러보기는 하는 둥 마는 둥. 점심 때가 되자 리켈메는 "배가 고프면 아무 것도 못한다"며 "아무데나 가서 빨리 밥을 먹자"고 보챘다. 데면데면 하던 사이가 시간이 지나며 조금은 해소되자 여느 커플처럼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리켈메는 휴대전화를 꺼내 파라과이 음악을 틀어놓고 가볍게 춤추는 동작을 보이는가 하면 몸에 새긴 문신에 대한 이야기도 늘어 놓았다. "내 몸엔 8군데에 문신이 있어요." 먼저 왼손 가운데 손가락의 반지 문신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욕의 의미는 없어요." 반지 문신이 욕하는 것으로 오해를 샀던 이야기 등을 들려 주었다. 이번엔 머리카락을 들어올리면서 목 뒤쪽에 새긴 문신을 보여주었다. '세계를 정복하다'란 뜻의 스페인어가 새겨져 있다. "어려서부터 여행을 좋아했는데 전 세계의 많은 나라를 가봤으니 세계를 정복한 셈이잖아요." 발목에는 형제들이 똑같이 하고 있는 네잎 크로버 문신이 있고, 엉덩이에도 또 다른 문신이 박혀 있다. 리켈메는 천상 엉뚱 발랄한 요즘 아가씨다. 두번째 남자 엄씨는 인사동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싶어하던 리켈메가 "비싸다"며 머뭇거리자 선뜻 "내가 내주겠다"고 제안했다. 남성 신청자의 경우 회비를 면제하는 대신 데이트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는 조건이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한 말이건만 대답은 '노 생큐(NO THANK YOU)'. "남자가 돈 내주는 것이 싫어요. 부담스럽잖아요. 하고 싶은 것은 직접 내가 주고 해야 마음이 편해요." 리켈메는 2일에는 세번째 남자인 변호사 엄씨(31)와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등에서 서울의 겨울을 맛봤다. 누가 리켈메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파라과이 응원녀' 라리사 리켈메는 3명의 한국 청년과 인연을 맺고 오는 6일 파라과이로 돌아간다. 글=이창호기자 김애림 인턴기자 / 사진=윤관식기자 리켈메는… 남아공 월드컵 응원 사진 한장으로 신데렐라 한 장의 사진이 인생을 바꿔놓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열기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던 지난 여름, 중남미의 정열적인 나라 파라과이에서 전송된 사진이 전세계 뭇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 주인공은 무명의 속옷 모델 라리사 리켈메(25). 손 대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가슴 사이에 휴대전화를 꽂아 놓고 목이 터져라 파라과이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기자의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수도 아순시온 중심가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단체 응원을 나갔다가 찍힌 사진이었다. 위 아래 모두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고 있었기에 휴대전화는 자연스레 가슴 골로 들어갔고, 자유로워진 양손으로 마음껏 응원할 수 있었다. 리켈메는 당돌했다. 전 세계로 자신의 사진이 전파된 뒤 "파라과이가 우승하면 누드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해 다시한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파라과이는 8강전에서 스페인에게 0-1로 패했고, 리켈메는 그날 얼굴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그리고 파라과이의 '디아리오 포풀라르(Diario Popular)'에 국기를 배경을 한 전신 누드 사진 3장을 전격 공개, 사이버 공간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시나브로 리켈메는 할리우드 스타가 부럽지 않은 남미 최고의 유명인이 돼 있었다. 브라질, 페루 등에서 언론 보도와 함께 광고 섭외가 쇄도했다. 브라질에선 '로스도스(Losdos)'란 의류 브랜드의 광고를 찍었고, 페루에선 독립 기념일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스페인 잡지 '인테르비유(Interviu)'에도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 기념으로 자신의 누드 화보를 선물했다. 스페인 대표팀의 유니폼 상의를 어깨 위에 걸치고 상반신을 노출한 사진을 게재했다. 그리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누드 동영상을 공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리켈메는 축구를 좋아한다. 그러나 딱히 좋아하는 선수는 없다고 한다. 파라과이 국가대표팀 전체를 사랑하고, 레알 마드리드나 브라질 대표팀처럼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유지하는 팀의 선수들에겐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리켈메는 월드컵 이후 '신데렐라'가 됐다. 중남미 국가는 물론 미국, 중국 심지어 한국에서도 초청하는 것을 보면 "내 삶이 정말 달라졌구나"하고 느끼곤 한다. 호감을 갖고 접근하는 남자들도 많다. 유명 인사로부터 데이트 신청도 받았다. 그러나 라리사 리켈메가 찾고 있는 남자는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해 줄 사람이다.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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