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세상을 바꿀줄이야…

정육장 고기 이동시스템서 따온 포드 '조립라인'

산업혁명 이후 '성공한 50대 혁신' 소개

■ 자이언트 스텝 (마이클 몰, 줄리안 버킨쇼 지음, 비즈니스맵 펴냄)

산업혁명 뒤 150여년간 경영계에서 일어났던 '성공한 50대 주요 혁신'을 골랐다. 이들은 어떻게 태동됐고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요약 설명한다.

GE가 20세기 초반 기업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것은 세계 최초로 현대식 R&D 연구소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GE는 과학기술을 발견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한 덕에 초기 경쟁사들보다 더 나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도요타가 오랫동안 세계 최고 자동차회사로 군림해온 것은 전 직원의 문제 해결 기술을 잘 활용한 덕택이다.

'이동식 조립라인'이라고 불리는 포드 시스템은 사실 시카고의 정육업자들이 오래전부터 고기를 이동시킬 때 천장에 달린 트롤리를 이용한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이지만 세상을 바꿨다. 당시 포드는 "돼지와 소를 저런 식으로 도살한다면, 우리도 저 방식으로 자동차와 모터를 만들 수 있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동식 조립라인은 과거 직원 1인당 12대를 생산하던 일을 1913년 14.1대, 1914년 18.7대, 1915년에는 19.5대로 늘렸고 결국 40초마다 한 대가 출고되는 수준에 달했다. 생산성이 검증되자 다른 자동차회사, 가전회사까지 확산됐고 결국 모든 제조업체에 정착됐다.

사내벤처기업(Corporate Venturing)은 1960년대 중반 경영계에 등장한 용어다. 대기업이 직원들을 기업가처럼 행동하도록 장려하고, 기존 사업을 계속하면서 신규사업을 시작하는 방법으로도 고려됐다. 듀폰과 3M, 엑슨은 60년대 사내 벤처를 공식적으로 만들어 실험한 회사들이다.

이 책은 산업혁명 뒤 150여년간 경영계에서 일어났던 '성공한 50대 주요 혁신'을 골라내 이들이 어떻게 태동됐고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요약 설명한다. 경영혁신이란 '현대식 기업과 현대 경영방법의 형태를 결정 지은 중대하고 획기적인 변화'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들은 혁신이 필요했던 이유와 목표, 결과, 다른 조직으로 확산 과정, 현재 활동에 던져주는 의미를 기술했다. 이를 위해 공정, 자금, 인력, 내부 구조, 고객과 협력사 교류, 혁신과 전략, 정보 효율성 등 7개의 큰 범주로 나눴다.

저자는 현대 경영 활동이 모두 과거의 활동을 바탕으로 생겼다는 전제로 얘기를 풀어간다.

호수나 강어귀의 침전 과정을 보자. 새 퇴적층이 오래된 퇴적층 위에 쌓이더라도 오래된 층은 여전히 강 밑바닥의 윤곽선에 영향을 준다. 경영 활동도 마찬가지. 과거의 아이디어가 유행에 따라 효력을 상실한 듯 하지만 여전히 남아 기업 경영의 근간을 이룬다. 즉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전제가 이책의 출발점이다.

저자들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실수를 되풀이 한다"는 말로 이전 세대 기업들이 남긴 교훈을 이해하면 그 지식을 바탕으로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사례연구가 주로 미국회사에 집중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 게리 허멀은 서문을 통해 "경영혁신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모든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책이 될 것"이라고 추천하고 있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