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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새겨진 자연의 기억, 김성미 '기억을 새기다'展

(사진 = 갤러리 도스 제공)

(사진 = 갤러리 도스 제공)

김성미 ‘기억을 새기다’ 展이 오는 1월 8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기억이란 인간에게 있어서 다양한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정신기능이다. 감각을 통한 경험을 저장하고 재생하는 일련의 과정은 김성미의 작업에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작가가 지난 십여 년간 야외설치그룹과의 활동을 통해 공유한 시간과 공간, 자연의 에너지가 만들어낸 기억은 작업의 모티브가 된다. 모든 예술의 표현활동은 재료와 기법이 전제되며 작가는 유연한 감정을 대변할 종이를 선택한다. 자연이 보여주는 나약하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예찬은 종이를 오려내고 붙이는 수작업을 통해 입체로 형상화된다. 종이는 오랜 시간 인간의 삶에 스며들어 있는 접하기 쉬운 재료이며 변형이 자유롭고 가볍다는 이점을 갖는다. 평면에서 입체로의 다채로운 제작방법으로 인해 현대에 이르러서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순수조형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아왔다. 이제 종이는 예술적 영감을 자극하는 적극적 표현재료로 인식이 새로워진 것이다. 종이로 보여줄 수 있는 형태의 무궁무진함은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했다. 작가는 자연이 준 기억 속에 일상을 통해 얻은 사물의 이미지를 더해 종이만이 표현할 수 있는 보드라운 형상을 만들어 나간다.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들에 종이파편들이 달라붙어 그 형상들을 드러내듯이 그 안에는 작가가 느낀 자연스러움에 대한 감정이 내재되어 있다. 그 때의 시간이 주었던 기억은 작품을 통해 공간 안에서 새로이 형성된다. 하나였던 종이는 오려내는 순간 두 가지로 분류된다. 원래의 종이와 같이 남겨진 것, 그리고 종이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와 버려진 것이다. 이들은 이제 ‘하나’도 아니지만 완전히 ‘다른 둘’도 아니다. 이처럼 ‘불일비이(不一非二)’라는 모순된 단어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이 세상에 던지고자 하는 커다란 화두이다. 무엇이든 분류하고 분석하는 합리주의적 잣대가 만들어낸 흑백논리보다는 구별 없이 모든 것을 품고 아우르는 중도의 자세를 갖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의 시선은 잔해에 머물러있다. 버려지고 남겨진 것들에 대한 관심을 통해 세상의 조화와 균형을 찾는 것이다. 소재와 표현재료만 바뀌었을 뿐 신작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특정 형태를 위해 종이를 오려내고 나서 버려지는 부스러기에 작가는 애잔함을 갖는다. 한 조각이라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남김없이 주워 모아 일일이 다시 붙이는 고된 작업이지만 쓸모없다 여겨지는 것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과정은 사실 즐거움이 더 앞선다. 이처럼 소외된 종잇조각들이 반복되도록 재조립함으로써 얻는 조형적 특징은 크기, 형태, 간격 등에 따라 명암과 재질의 유기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공간적 깊이를 가진 부조의 형식 안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흘러가면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표면은 자연스러운 시선의 흐름을 유도한다. 김성미는 자연을 통해 느꼈던 감정을 기억을 통해 끄집어내어 손끝에서 그리고 다시 종이로 옮겨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에 대한 동경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연의 단순한 재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내적 질서를 탐구, 이를 통해 느낀 감동된 기억을 표현하고 있다. 그 안에는 모든 사물에 동등하게 가치를 부여하고 삶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철학이 섬세하게 녹아들어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종이에 새겨진 자연이 주었던 기억들이 현대인들의 내면에 스며들어 사고를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성미 ‘기억을 새기다’ 展은 1월 8일부터 1월 14일까지 갤러리 도스에서 전시되며 자세한 문의는 02) 737-4678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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