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실물경기 침체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현금확보와 강도 높은 비용절감, 재고축소 등을 추진하는 한편 내년 사업계획도 불황에 대비해 짜고 있다. 투자 부문을 줄이거나 전략품목을 침체기에 적합한 제품으로 교체해 세계 경기침체의 파고를 헤쳐나갈 계획이다. ◇비상체제 속속 전환=건설경기 침체와 유연탄 등 원ㆍ부자재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쌍용양회는 16일 임금동결을 포함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6월부터 대대적인 사내 혁신운동을 전개, 생산ㆍ영업ㆍ관리 등 전 부문에서 손익개선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등 총력경영을 펼쳐왔지만 경기의 급격한 위축으로 기존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비상경영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상경영체제의 주요 내용은 3년 연속 임금동결과 평일 근무시간 1시간 연장, 토요일 정상근무, 연수성 해외출장 금지 등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경기위축까지 겹친 상황 속에 사내 경비와 직원들의 각종 복지ㆍ처우를 축소하기로 했다. 장비구입ㆍ제품제조 등 반드시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고 총 30%의 경비를 절감하기로 한 것. 이 회사 노조 또한 최근 사측과의 합의를 통해 야유회 지원금 등 각종 복지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비용절감ㆍ재고축소를 강조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아웃풋과 인풋을 놓고 볼 때 효율성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낭비를 제거한다면 도약의 기회는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역시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경비절감 및 재고축소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실속형 전략 구사=기술혁신으로 성장해온 국내 대기업들이지만 최근에는 당분간 자존심은 접어두자는 분위기다. 최신 기술도 좋지만 전세계적인 불경기로 접어드는 기류가 역력한 상황에서 당장 돈이 될 만한 사업에 치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황의 법칙’으로 불려온 삼성만의 최신 기술 행진에 집착하지 않고 실익을 챙기기로 했다. 삼성은 ‘황의 법칙’에 따라 1999년 256Mb 낸드플래시 반도체부터 8년간 매년 두 배씩 용량을 증가시키는 데 성공, 지난해 64Gb 용량의 낸드를 내놓았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기술의 정밀도를 의미하는 나노기술을 2001년 100나노부터 매년 10나노씩 줄여왔다. 하지만 삼성은 올해에는 ‘황의 법칙’에 따른 20나노 기술 양산화에 집착하지 않고 용량만 128Gb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치열한 반도체시장 경쟁 속에 후발주자를 확실히 따돌리는 전략을 지속하기 위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3차원 셀 스택’을 택한 것이다. 이 경우 제품 생산성은 30%가량 높아진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과 소니가 10~11세대 LCD 패널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역으로 6세대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대형 TV용 패널 양산을 위한 기술 및 설비투자 대신 당장 판매량 증대가 가능한 노트북용 패널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40인치 이상 대형 패널보다 브라운관(CRT) TV 대체수요를 겨냥한 32인치 제품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회사 권영수 사장은 “내년 경기침체 등으로 대형 패널수요는 위축될 수 있지만 개도국의 CRT TV 대체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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