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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고객 선도'

고객(顧客)은 갑(甲)이다. 고객은 선(善)이다. 현대 경영은 고객을 하늘로 섬기며 왕으로 떠받든다. 가히 제왕 같은 존재이다. 고객에 대한 수사(修辭)도 날로 강력해지고 있다.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ㆍ고객친화ㆍ고객존경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결국 고객몰입ㆍ고객(高客)이라는 극한의 헌사로 떠받들고 있다. 더 이상 고객만족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요즘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가장 신경을 기울이는 업무도 민원이다. 고객만족도 조사결과는 경영평가의 핵심항목으로 자리잡았다. 공익을 좇는 노조나 비정부기구(NGO)조차 조직구성원의 의견과 여론의 향배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제 고객만족은 누구나 공감하는 공동선으로 자리했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기업마다 경쟁적으로 서비스하는 고객만족 프로그램에 고객들 또한 이제 둔감해졌을 만하다. 고객에게 온갖 정성과 심혈을 기울이는 기업들은 결과가 늘 기대에 못 미친다고 울상이다. ‘고객만족도’의 궁극적 기대효과라 할 수 있는 ‘재구매’ 사이에 특별한 상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마저 잇따른다. 최선의 서비스를 받고도 고객이 다시 찾아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였는지 기업의 말 못할 고민이 여기에 있다. 알고 보면 고객은 참으로 묘한 습성을 지녔다. 잘 해준다고 그저 좋아하지 않는다. 고객서비스는커녕 밥과 욕을 같이 먹어야 하는 욕쟁이 할머니 밥집에 왜 손님들이 꾸역꾸역 몰려드는 걸까. 생각해보면 세상을 바꿀 정도의 혁신적 제품은 시장의 필요에 따라 탄생하지 않았다. 기존 시장에 순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선 사고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냈다. 인터넷ㆍ휴대폰ㆍMP3 등이 모두 그렇다. 코딧의 전자상거래보증, 매출채권보험, 기업 생태계조성 프로그램 또한 중소기업이 먼저 요청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상품이 출시되자 기업의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고객을 따르고 섬기는 고객만족은 시장을 창출하는 촉매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고객에 한발 앞서 이끈다면 보다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게 또한 시장의 속성이다. 고객만족은 성공경영의 필요조건이지만 더 이상 충분조건은 아니다. 필요충분조건은 ‘고객 선도(先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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