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회사들이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내부 건전성 강화와 자금조달이라는 '두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한편 자금조달을 위해 대규모 부실채권(NPL)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외환은행ㆍ국민은행ㆍ삼성카드ㆍ외환카드 등이 10월 말에서 오는 11월 초에 NPL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12월 결산을 앞두고 대부분의 은행들이 부실 정리를 위해 NPL물량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이날 2,894억원의 담보부채권을 매각했다. 소호(SOHO)와 중소기업을 포함한 일부 업종의 연체율이 증가 조짐을 보이자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 2ㆍ4분기까지 약 780억원 규모의 기업여신 관련 부실자산 상각과 함께 1,200억~1,300억원 규모의 NPL 매각을 진행했다"며 "이날 담보부채권 매각을 비롯해 하반기 연체율 증가세를 봐가며 추가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도 이달 중 1,644억원 규모의 담보부채권과 1,752억원의 무담보채권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국민은행도 1,783억원의 KB제5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ㆍKB제6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 물건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사들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금확보를 위한 NPL 매각에 적극적이다. 삼성카드는 4,858억원의 상각채권을 매각하고 외환카드도 564억원의 상각채권을 털어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시장에 나오는 NPL 물량은 4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 NPL 매각의 경우 지난해 대비 최소 7,000억원가량 증가해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맞춰 BIS 자기자본비율 제고와 손익개선 효과를 얻기 위해 NPL 매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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