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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본프레레와 열린우리당

이성기기자 <정치부>

‘졌다. 훈련시간도 부족했고 해외파는 손발도 못 맞췄고, 운도 안 따랐고….’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한 축구 국가대표팀 본 프레레 감독의 말이다. 그를 ‘본 푸헤헤’로 비꼰 만평도 나오는 판이다. 대표팀 수장으로서 겸허하게 자신의 지도력부터 살피지 않고 외적인 요인만 탓하니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그의 감독직 유지 여부는 23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서 결정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정치권에도 이런 장면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8일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대연정’ 추진 의사를 거듭 밝힌 직후인 22일 열린우리당은 ‘지역구도 극복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정치개혁특위’ 구성을 추인하고 ‘대연정’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거부의사도,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리자”는 강재섭 원내대표의 말도 아무 소용이 없다. 대신 “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의 진정성을 몰라주고 기득권에만 집착한다”는 불평을 늘어놓기 바쁘다. 국정원의 국민의 정부 시절 불법도청 발표를 두고도 우리당은 불만을 쏟아냈다. 과거에 일어난 불법도청 사실에 대해 고해성사까진 좋았지만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아 DJ 측과 관계가 틀어졌다는 것. 우리당에 대한 호남 민심 이반도 결국 미숙한 국정원장 탓이란 얘기다. 오는 25일이면 참여정부가 출범 반환점을 맞게 된다. 반환점을 일주일 앞둔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10명에게 물어보니 7명이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는 결과도 있다. 100점 만점에 겨우 51점이란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민심이 그만큼 멀어져 있단 얘기다. 집권 여당이 이런 시점에 남의 탓에 열을 낼 때가 아니다. 냉철한 자성이 선행돼야 한다. 유가는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북핵 문제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우리당이 지금처럼 남의 탓 타령에 매몰되면 ‘남의 당’이란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당이 ‘본 푸헤헤’ 처지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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