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더빌(Bernard Mandeville). 네덜란드 출신(1670년 1월19일생) 영국 의사다. 평생 신경과 의사로 지냈지만 경제사에 ‘꿀벌의 우화(The Fable of the Bees)’라는 흔적을 남겼다. ‘그 옛날 벌의 왕국이 있었지/왕과 귀족은 사치를 일삼고/…판결은 뇌물로 결정됐다네./어느 날…벌들은 뉘우쳤지./…정직하게 살다 보니/재판도, 군인과 요리사며 일자리까지 모두 없어지고 말았지./…벌들은 굶어죽었다네’…. ‘개인의 악덕이 공공의 이익’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풍자시의 초판이 나온 것은 1705년. ‘가난한 자들을 게으르게 만드는 자선보다 고용을 유발하는 사치가 훨씬 낫다’는 자극적인 내용에도 처음에는 주목을 끌지 못했다. 반향을 일으킨 것은 재판 덕분. 법원의 ‘공적 불법방해’ 판결(1823년) 이후 맨더빌은 유명해졌다. 맨더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맬서스.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빈민촌에 불결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던 맬서스의 주장은 ‘노동자들의 근면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급여를 많이 주거나 교육시킬 필요가 없다’는 맨더빌의 복사판 격이다. 애덤 스미스도 맨더빌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부분적으로는 받아들였다. ‘아침에 빵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제과점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이익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는 국부론 구절은 맨더빌의 연장선이다. 마르크스도 ‘부르주아를 은근히 옹호하는 속물보다 맨더빌이 차라리 용맹하고 정직하다’고 언급했다. 맨더빌의 망령은 302년의 세월을 뚫고 한국 땅에도 가끔 출몰한다. 성장우선론자들이 즐겨 찾는 꿀벌의 우화의 한 대목. ‘바보들은 애를 쓸 뿐이지/정직한 벌집을 만들려고./…악덕이 없는 세상은 아무 소용없는 유토피아/상상 속에만 있는.’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