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려는 정치권의 의지와 능력 부족이 크다. 세계 각국의 정치권은 글로벌 경제위기 해소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 정치권을 보라. 글로벌 경제위기에 국회와 정당은 무엇을 하는가. 국민들은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주도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논의는 뒷전인 채 싸움만 하고 있다. 말로만 민생경제ㆍ경제회복의 정치를 외치는 국회와 정당이다. 첫째, 여당인 한나라당의 무능력에는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는 수준이다. 과반수 의석을 넘었지만 야당으로부터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당내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다. 공천 갈등에서 시작한 당내 갈등은 아무런 해결책 없이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친이-친박 두 갈래로 갈라진 당내 소통구조는 늘 팽팽한 긴장감만을 유지하며 정치현안에는 관심이 없다. 당내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으니 야당, 나아가 국민과의 소통은 더욱 어렵다. 소통의 부재는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돼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적돼왔지만 아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둘째, 정책이슈에 대한 선점능력이 없다. 정당은 미래 예측을 통해 정책이슈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회의원 수만 많고 이들이 집약되지 않으니 늘 이슈를 야당에 선점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기된 이슈에 대한 방어능력도 매우 취약하다. 셋째, 국민에 대한 설득기제가 부족하다.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는 동안 세상은 많이 변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가 세상을 변화시킨 게 아니라 국민이 세상을 변화시켰다. 다만 이들은 이를 정확히 간파하고 선도한 것이다.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며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고 있는 여당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남 탓’만하고 있다. 이는 여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당인 민주당 또한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쪽에서는 여당 체질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반대나 부정(否定)’만을 일삼고 있다. 지도부와 당원의 소통이 적절히 되지 않아 여당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이러니 여당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고 국회 의석 수가 부족하니 물리력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야 간에 어렵게 합의된 안도 당에 가면 무산되기 일쑤고 전혀 다른 행동이 나타난다. 그만큼 지도부에 대한 신뢰형성이 돼 있지 않은 것이다. 책임 있는 자세로 리더십 보여야
이러한 왜곡된 정국을 여당이 책임 있는 자세로 풀어나가야 한다. 한나라당은 정치권의 리더십을 회복하고 정국 관리능력을 갖춘 인사로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미래를 조망하고 새로운 사고의 틀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비정규직 문제, 높은 실업률 등 국민은 경제위기에 직면해 하루하루 고통을 받고 있다. 시간이 없다.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기 바란다. 그리고 국민을 위한 해법을 찾아라. 이것이 정치권에 부여된 국민의 지상명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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