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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영희 노동부장관

"투쟁적 노동운동 더이상 지지 못받아"<br>노조도 어려운 경제상황 인식… 하투 큰 걱정 안하지만<br>비정규직법 확대·공공분야 구조조정은 마찰 가능성도<br>사용자 위주 노동분야 규제, 시대에 맞게 개선할것



“과거와 같은 투쟁적이고 급진적인 노동운동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습니다. 현재 상당 수준의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근로자들이 여건이 좋지 않은 다른 근로자들을 외면한 채 자기 입장에서만 투쟁한다면 국민은 물론 일반 근로자들에게도 외면받게 될 것입니다.” 이영희(사진) 노동부 장관은 최근 과천 정부청사 장관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몇몇 대기업 노조의 전투적 노동운동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이 장관은 올해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올 ‘하투(夏鬪)’는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공기관 구조조정과 비정규직보호법 확대 시행은 염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관은 또 “노동 분야 규제는 주로 사용자를 규제해왔는데 그동안 시대가 변한 만큼 근로자를 과보호했거나 지나쳤던 규제들을 차근차근 개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랜드 사태 등 장기분규 사업장에 대해서는 “제도적 절차를 벗어나 장관이 나서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자율해결 원칙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이 오는 6~7월 총파업을 경고하는 등 올해 하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임금ㆍ단체교섭 활동은 일차적으로 경제상황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금 우리 경제상황이 대단히 좋지 않다는 것을 노동조합 간부들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점에서 일반적인 임금단체협상의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7월부터 확대 시행되는 비정규직보호법과 공공 분야 구조조정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염려스럽습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경고하는데 투쟁적인 노동운동은 우리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일자리를 걱정하는 수많은 근로자에게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그런 면에서 길게 보면 노노 갈등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상당한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단결력이 없어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수많은 근로자들을 외면하고 자기들 입장에서만 노동운동을 하면 국민들은 물론 일반 근로자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입니다. -공공 부문의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양대 노총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노동부로서는 해당 기관들이 구조조정 등 합리화 과정을 진행할 때 노조나 근로자 측과 충분히 사전 협의해 마찰이 작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제를 살리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이 자기 스스로를 합리화해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노조도 대국적인 견지에서 합리화 자체를 시대적으로 당연히 가야 할 길로 보고 응해줘야지 기득권을 지키는 차원에서 합리화에 반대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새 정부에 반발하는 민주노총과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게 있습니까. ▦민주노총과는 항상 대화하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민주노총의 운동이념이 아직도 경직돼 있다고 생각하며 과거와 같은 투쟁적이고 급진적인 운동이념이 앞으로는 지속성을 가질 수 없다고 봅니다. 투쟁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한 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적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노총 측에서 좀 더 점진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주기를 바랍니다. 노사정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것도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대화기구에도 스스로 복귀해준다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물론 장관도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는데 그런 원칙이 변화될 가능성은 있습니까. ▦없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원칙은 갑자기 노동자한테만 지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와 기업가 모두가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입니다. 물론 법이 완전하지는 못하겠지만 이제는 서로 법을 준수하면서 노동운동을 하고 자기 주장을 펼쳐야 합니다. 법을 지키면서 노동운동을 할 수 없다는 논리는 이제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정치적으로 원칙을 훼손하면 당시에는 문제를 해결한 것 같지만 다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장래를 생각하며 당장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인내하면서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이랜드 사태나 KTX 승무원 파업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요. ▦자율적 해결이란 당사자끼리 해결하고 정부는 간섭하지 않는 게 아니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정부가 조력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서 스스로 해결방안을 내놓고 따라오라고 하는 방식은 바람직한 조정자의 역할이 아닙니다. 노동위원회의 조정 등 제도적 절차가 마련돼 있는데 장관이 나서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우리 노사관계는 타협의 정신이 부족해 너무 자기 주장을 경직되게 하다 보니 분규가 장기적으로 가는 문제가 있어 아쉽습니다. -새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규제개혁인데 노동 분야에서 검토하는 규제개혁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노동 분야 규제의 특성은 사용자에 비해 근로자의 지위가 낮기 때문에 사용자를 주로 규제한다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도 근로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사용자를 많이 규제해왔는데 그동안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과보호했거나 지나쳤던 부분들, 예를 들면 과도한 처벌규정은 과태료 등으로 전환하고 불필요한 신고 의무나 단속을 완화하는 등 종래의 규제를 전환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중요한 과제인데 과거의 과보호로 경직된 부분들도 고쳐나가야 합니다. 이런 작업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고 사용자와 근로자 측 의견을 듣고 차근차근 추진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특수고용직 근로자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우선 노동부는 산재보험에 특수고용직을 적용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분은 자영업자로 돼 있지만 사실상 근로자와 다름없는 신분을 갖고 일하는 계층이 굉장히 많고 그런 취약한 근로자들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노동행정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다만 특수고용직의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전부를 포괄해서 보호하기는 어려울지 모릅니다. -올해 완성차업체가 포함된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산별교섭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산별교섭이 제대로 되고 있는 나라가 독일인데 독일 산별교섭의 특징은 산별노조가 사용자단체와 단체협약을 체결해 전체 산업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개별기업은 노사협의회에서 임금을 정하는 구조입니다. 개별기업에는 노조가 없고 파업도 못합니다. 즉 단체교섭을 한 번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산별교섭에서 임금을 결정했다고 해도 개별기업에서 노조가 또 임금교섭을 하자고 할 텐데 임금ㆍ단체교섭을 두세 번씩 하는 산별교섭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내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산별교섭이 정착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지향하는데 새 정부의 노동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비즈니스 프렌들리 과정에서 기업이 빨리 뛰어줘야 노동자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참여정부는 이념적으로 노동자를 생각했으나 현실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새 정부는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봐왔기 때문에 이제 현실에서부터 제대로 가자고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 근본적인 목표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약력

▦1943년 경북 경산 ▦1961년 경기고 졸업 ▦1969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87년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1971~1973년 한국노총 교선부 차장 ▦1980년~ 인하대 법학과 교수 ▦1983~1995년 한국노총 자문위원 ▦1987~1992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문위원 ▦1992~1993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 ▦1995~1996년 초대 여의도연구소장 ▦2007~2008년 선진국민연대 상임의장 ▦2008년 대통령당선인 정책자문위원 ▦2008년 2월~현재 제23대 노동부 장관

"2년 제한이 결국 해고로 이어져 비정규직 사용기한 연장 추진"
비정규직보호법이 오는 7월부터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확대 적용된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법 시행을 계기로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부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각각 주장하는 쟁점들을 패키지로 묶어 올해 말까지 비정규직법 보완방안을 마련하고 내년에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우선 현재 2년으로 제한돼 있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장관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이 결과적으로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해고로 이어져 오히려 비정규직 보호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완전한 해결책은 못 되더라도 비정규직 고용기간 제한을 다소 완화하는 것이 비정규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용시장의 경직성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업에 '모든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한다면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이와 함께 중소기업이 내년 말까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전환 근로자 1인당 3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비정규직 고용개선 컨설팅 비용을 기업당 500만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또 내년 비정규직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중소기업에 대체인력 채용을 지원하고 비정규직이 생계부담 없이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훈련 중 생계비 118억원을 대부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들이 인력ㆍ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 장관도 "중소기업에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제도를 보완하려고 하지만 세제혜택 등은 충분하지 못한 면이 있다"며 "비정규직법이 마찰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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