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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금융산업 전반적 재편 이어질듯
입력1997-02-14 00:00:00
수정
1997.02.14 00:00:00
최창환 기자
◎개방 앞서 국내사 경쟁력 강화 조치/위탁수수료 인하 등 「빅 페인」 불가피재정경제원이 13일 발표한 증권거래법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진입제한 철폐와 증권거래 수수료의 자율화를 골자로 하는 영국 빅뱅(86년)의 재판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우리 증권산업도 빅뱅(Bing Bang)이후 나타난 증권사의 도산 합병 등 영국이 겪은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빅페인(Big Pain)을 겪어야 할 전망이다. 특히 도산 등의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증권산업에서 시작된 진입제한 철폐는 보험 등 다른 업종으로의 확산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부실화된 금융산업의 전반적인 재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5백억원의 자본금을 갖출 경우 증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상으로는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과당경쟁 우려」로 사실상 증권사 설립을 행정지도 차원에서 불허했으나 앞으로는 자본금 요건도 대폭 완화하는 한편 자격요건을 갖출 경우 실제로 증권사 진입을 허용키로 했다. 게다가 형식적으로 자유화된 위탁매매수수료도 진입제한 철폐와 함께 실질적으로 자유화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안 시행이후 재무구조가 양호하고 별다른 법규위반이 없어 재경원기준에 따라 증권사를 새로 설립할 수 있는 기업은 ▲30대재벌은 롯데 등 6∼7곳 ▲은행은 상업은행 등 5곳 ▲보험사는 대한생명등 3곳 ▲30대재벌외 일반기업이 20여곳으로 모두 40여개사로 추산되고 있다.
또 1백억원의 자본금만 있으면 위탁매매수수료를 노리고 위탁매매만 전문으로 하는 증권업에 개인자격으로 참여가 가능해졌다. 또 투신사의 증권사 전환기준도 완화되고 투자자문사에 일임매매도 허용키로 했다.
현재 34개 증권사가 위탁수수료(전체수입의 70%)에만 의존해 간신히 수지를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20여개사(재경원 전망)가 새로 시장에 진입하고 오는 98년 12월부터는 외국증권사도 설립이 자유화될 예정이다. 따라서 고객확보를 위한 위탁수수료의 인하경쟁으로 파산, 합병되는 증권사가 한둘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영국도 빅뱅초기의 증권회사중 지금까지 견뎌낸 곳은 10개중 9개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빅뱅을 단행한 것은 금융산업 개방에 따른 외국금융기관의 국내시장 잠식에 앞서 국내기관간의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위해 사전준비없이 국내시장을 외국의 압력에 밀려 개방하고 허겁지겁 사후대책을 마련하는 바람에 국내금융기관의 대비태세가 미흡해 금융시장 혼란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상당수 증권사의 퇴출(도산 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고객예탁금을 1인당 2천만원까지 보상해 주는 증권투자자보호기금을 설립하고 법인은 1천억원, 은행은 7천억원으로 자기자본 제한을 두는 등 예비장치를 마련했다.
또 증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경영 컨설팅업무, 복권 입장권 판매대행업무, 연수업무 등 부수업무를 대폭 확대해 증권사의 영업기반을 넓히고 매매손실준비금과 책임준비금의 의무적립비율 및 최고적립액을 낮춰 전체증권사가 연간 2천억원 가량의 수지개선 효과를 거두도록 배려했다.
정부가 사전, 사후대비 등 나름대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은 증권사에 대한 경고나 다름없다. 경쟁에 이기지 못하더라도 정부의 치마폭에서 살아갈 수 있던 시대는 끝났다는 냉엄한 경고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적장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치적 논리를 떨치지 못할 경우 진입 및 퇴출의 자유화라는 금융빅뱅의 의미는 퇴색하고 부실금융기관이 국민경제에 부담만 안기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은 물론 남아있다.<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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