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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환경’이란 단어 자체가 낯설어서 환경처 누구라고 전화하면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지요. 이제는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의식도 많이 높아지고 환경부 위상도 강화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환경부 퇴직공무원 1,000여명으로 구성된 환경동우회의 회장인 김형철(64)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중앙부처 환경전담 부서 출범 25주년의 의미가 매우 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80년 환경청으로 출범한 뒤 환경처와 환경부를 거치며 정부조직이 발전한 것 이상으로 국민의 환경의식이 고양됐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11일 “80년대 중반 울산ㆍ오산 지역에서 괴질이 발생하면서 환경문제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부상하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비정부기구(NGO)들도 많이 생기면서 오히려 민간 부문이 쟁점을 주도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용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69년 행정고시에 합격, 법제처ㆍ총무처ㆍ보건사회부를 거쳐 환경청 출범 때부터 환경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환경전문 고급 관료 출신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환경처로 승격한 직후 차관을 거쳐 산하 기관인 자원재생공사 사장을 지낸 뒤 대학강단에서 환경학을 강의하고 있다. 김 회장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여전히 환경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그동안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가 대기오염ㆍ수질보전ㆍ지구온난화 등 거시적인 사안에 치우치다 보니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다”며 “환경문제는 갈등의 조정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차원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동우회는 최근 환경청 발족 25주년을 맞아 전임 장ㆍ차관과 고위관료들이 재직 때 경험담을 모아 ‘오염의 풍랑을 헤쳐간 환경호 사공들의 이야기(비매품)’라는 책자를 내놓았다. 이 책자에서 권이혁 전 장관과 김형철ㆍ김인환ㆍ윤서성 전 차관, 조병환 전 국립환경연구원장, 심재곤 전 자원재생공사 사장, 최신철 전 공보관 등이 환경청 발족과 낙동강 페놀오염사고, 수도권매립지 부지 확보 등의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환경동우회는 신년하례식을 겸한 출판기념회를 12일 서울 서초동 서초로얄프라자에서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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