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둘러 가계 프리 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가계 부실을 선제적으로 대응해 경제불안의 불씨를 끄자는 것이다. 대상도 개인에서 개인사업자로 확대했다. 급증하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의 양산을 억제하자는 의도다. 그러나 한달만 연체해도 아무런 벌칙 없이 연체이자 감면에 기존 이자율을 최저 연 6%까지 낮출 수 있어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금융회사들의 이자손실을 강요하는 제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 금융회사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제공되는 인센티브(유인책)가 금융회사의 모럴 해저드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한달만 연체해도 최저 연 6%로 이자 깎아준다=금융감독 당국은 이번 가계 프리 워크아웃 도입을 통해 종전 연체기간이 3개월을 넘어야 신용회복 지원이 가능하던 것을 30일 이상으로 대폭 앞당겼다. 연체가 장기화되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가계 프리 워크아웃 신청 대상은 2개 이상 채권 금융회사에 대출이 있는 사람이면서 한곳 이상에서 30일 초과 90일 미만 연체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다. 연체가 90일을 넘은 경우는 기존에 있는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채무재조정과 전환대출을 이용하면 된다. 2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한곳 이상만 연체해도 대출금 전체에 대한 채무조정을 받게 되며 신청 전 연체이자는 모두 감면된다. 그러나 원금과 정상이자에 대한 감면은 없지만 채무자의 이자율은 낮춰준다. 담보채권과 무담보채권을 구분하지 않고 처음에 맺었던 약정이자율의 50%를 적용하되 최저 이자율은 6%로 제한했다. 가령 이자율이 20%인 경우는 절반인 10%로 낮춰주지만 10%였다면 5%가 아닌 6%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상환방법은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으로 변경된다. 상환기간은 담보채권은 최장 20년, 무담보채권은 10년 범위 내에서 결정하되 상환기간이 20년을 넘는 경우는 20년을 넘을 수 있도록 했다. 또 프리 워크아웃을 통해 원리금 분할 상환을 하다가 채무자가 실직이나 질병 등으로 소득이 줄어든 경우는 최장 1년 이내에서 채무상환을 유예해주고 이 기간 동안 채무재조정 금리를 연 3%로 낮춰준다. ◇‘도덕적 해이 막자’ 소명자료ㆍ가계수지 개선계획서 제출해야=금융감독당국은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여러 장치를 뒀다. 우선 부채상환비율(DTI)이 30% 이하로 소득에 비해 부채상환 부담이 적은 가계나 개인사업자는 프리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없다. 기존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낮기 때문에 자기 힘으로 갚도록 한 것이다. 또 이자를 탕감받기 위해 고의로 빚을 지는 경우를 막기 위해 신청 6개월 이전에 새로 빌린 빚이 전체 채무액의 30%를 넘어도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도박이나 투기 등으로 빚을 진 경우도 신청할 수 없다.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에 대한 소명자료 제출도 의무화했다. 직업이나 소득ㆍ재산ㆍ부양가족 변동 등을 통해 연체를 하게 된 이유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이유 등을 자료로 제출해야 한다. 담보가 있다면 담보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해야 되고 ‘가계수지 개선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고의 연체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프리 워크아웃 신청횟수도 한번으로 제한했다. ◇‘누가 제대로 대출 갚겠나’ 금융권 반발=정부가 프리 워크아웃을 통해 가계부실과 채무자의 모럴 해저드를 동시에 막겠다고 나섰지만 금융회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달만 연체해도 기존 이자를 절반으로 깎아준다면 정상적으로 금융회사에 진 빚을 갚는 채무자만 바보가 되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자를 안 내는 불량 채무자의 부담을 성실한 우량 채무자들과 금융회사들이 일방적으로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가계부실을 막자는 근본취지에는 동감하지만 꼭 이런 방법밖에 없는 거냐”며 “앞으로 은행에서 돈 빌리면 안 갚아도 되고 버티면 이자도 깎아준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말 금융기관 임원회의를 열고 이달 중에 프리 워크아웃 설명회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임원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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