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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경련의 '새로운 실험'

이진우 기자<산업부>

“과거 개발연대 초기, 산업자금 확보를 위해 정부 관료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좌표를 잃고 표류하는 관료들에게 보란 듯이 정책 기획과 대안 제시를 하면서 나라를 리드하는 싱크탱크로 변신했다.” 일본 재계의 총본산인 경단련(經團連)이 왜, 어떻게 변했는지를 집중 해부해놓은 ‘경단련’이란 제목의 책에서 저자인 고가 준이치로는 오늘날 경단련의 위상을 이렇게 평가했다. “회장을 보좌하는 부회장단, 그리고 각종 위원회 위원장들이 연합전선을 펴서 정책을 만들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요체다.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최근 조직과 사람을 물갈이하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특정그룹 배제 ▦정부와의 대립 불가 ▦친목단체 탈피 등 3가지 원칙이 드러난 실험이다. 취임 초 밝힌 “재벌의 대변인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첫 단추로 볼 수 있다. 물론 ‘비(非)실세 회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깎아내리려는 일부의 시각도 있다. 또 상근부회장과 전무가 모두 관료 출신으로 채워지는 데 이어 재계의 저격수 역할을 했던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까지 교체하자 “이래서야 기업이익을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불만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강 회장의 ‘새로운 실험’은 ‘위험한 실험’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두고 볼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우여곡절이 있었던 과정에 대한 억측은 있을 수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재계와 국민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여부다. 더욱이 강 회장의 쇄신 노력이 재계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국민들은 아직도 전자와 자동차 등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개별 기업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박수를 치다가도 재벌로 상징되는 ‘그룹’ 이미지를 떠올리면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전경련과 재계는 정부와 국민과의 간극(間隙)을 없애고 일본 경단련처럼 ‘올바른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고 나라를 리드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려는 노력부터 보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정부에 대해서도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해야 한다. 할 말은 하면서도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전경련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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