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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로화 출범과 우리의 대응
입력1999-01-06 00:00:00
수정
1999.01.06 00:00:00
金益洙 고려대학교 경영학과교수금년 1월 1일부터 「유로」(EURO)화가 정부간, 금융기관간의 거래에서 공식 화폐단위로 사용되면서, 영국·덴마크·스웨덴·그리스 4개국을 뺀 11개 국가간에 유럽 통화통합(EMU)이 출범하고, 유럽 단일통화시대가 실질적으로 도래하게 되었다. 달러화는 2차대전이후 반세기 이상 세계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해 왔는데, 유로화의 등장으로 인해, 그 위상이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변화는 달러중심으로 전개되어온 국제금융 질서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오고 있으며, 우리 경제도 유로화 도입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우선 EMU 11개국의 GDP 규모는 6조3,000억달러로 미국(8조1,000억달러)에 버금가는 수준이며, 세계 총수출에서 점하는 비중도는 36%나 된다. 따라서 유로화의 출범 이후 그동안 달러화에 편중되어 있던 세계 공적 외환보유고의 구성(98년 기준 약 56%)도 변화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의 추세로 보아 유로화의 비중은 중단기적으로는 25∼30% 수준에 접근하다가, EMU 참여국의 수가 늘고, 유럽 경제가 회복될 경우, 40%선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단일통화시대의 도래에 즈음하여, 우리 정부와 기업은 다양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기업차원에서는, 대EU 무역결제시 유로화의 선택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고, 달러화 위주의 해외차입 방식에서 벗어나 유로화 표시 주식이나 채권발행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1997년 기준으로 우리의 대 유럽 수출입액은 총 357억달러(수출 168억달러, 수입 189억 달러)로 총무역액의 12.5% 밖에 되지 않으나. EMU 미참여국들마저 무역거래시에는 환율변동의 리스크가 적은 유로화로 결제하기를 원할 것이고, 자본거래시의 유로화 수요도 적지 않으므로, 우리의 외환보유액이 점하는 유로화의 비중도 장기적으로는 25∼30%선으로 높아져야 할 것이다. 다만 2000년 6월까지는 유로화가 회원국 통화와 혼용될 것이므로 급작스런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수출시에는 유로화, 수입시에는 회원국 통화로 결제하는 전략이 당분간 유리하다고 본다.
둘째, 유로화의 출범은 유럽국가간의 외환거래시 환율변동의 리스크를 제거해 줄 뿐만 아니라, 통화거래 비용을 감소시킬 것이므로, 유럽의 경제통합을 완결시켜 주어 명실상부한 EU 단일경제권이 형성될 것이다. 따라서 유럽인과 유럽 기업들은 생산, 소비, 투자, 교역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늘릴 수 있을 것이며, 경쟁력 향상, 효율성 제고 등의 효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단일 거대시장 내에서의 유럽 기업간의 경쟁 심화와 원가절감 노력의 강화는 상품·서비스의 가격 하락과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자동차·반도체·통신장비·화학등 유럽과 경쟁관계에 있는 중화학 공업의 경우, 우리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이들 업종에 관한 정보수집 능력을 강화하고, 당해 기업 수출제품의 가격결정, 구매, 마케팅, 회계, 금융, 재무, 법률 등에 미치는 유럽 경쟁사들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기업집단이나 대기업의 경우, 유럽내 기업입지나 자금조달 방식을 재검토하고, 마케팅·유통·물류체계를 재구성할 필요가 커졌으며, 대응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KOTRA, 무역협회 등 정부기관을 접촉, 자문을 구하고 관련 정보를 최대한 수집·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세째, 유로 단일통화권이 등장하면 역내 금융기관간의 서비스 경쟁이 심화될 것이고, M&A 등을 통한 대형화와 구조조정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에 대응, 우리 금융기관들은 합병, 경영전략·기능의 리스트럭쳐링, 신금융상품의 개발, 서비스 향상, 원가절감 등을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채권 등 자본시장이 활성화될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은행 설립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유럽계 금융기관과의 업무제휴·협력 강화에 관한 노력도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유럽의 통화통합 및 구조개혁의 진전과정 과정을 주의깊게 지켜보면서 상황에 맞는 외환·통화정책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2000년 7월 유럽 회원국 통화가 완전히 없어지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고, 국제금융질서 재편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불안정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화가 달러화와의 관계에 있어 어떠한 상대적 가치를 가질 것인가는 아직 불투명하므로, 유럽경제의 동향, 유럽의 금융·통화질서 재편 추이, EMU 미참여국의 입장변화 등에 관한 정보수집 노력을 강화하고, ASEM 등을 통해 다른 아시아국가와의 협조 및 공동대응을 위한 노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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