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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거장이 말하는 명코스란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세계 100대 코스 설계가인 카일 필립스와 톰 와이즈코프가 가진 설계 철학과 그들이 말하는 코스설계 트렌드에서 코스의 미래를 엿봤다. 디자인이라는 말 속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 ‘지시하다·표현하다·성취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것을 디자이너가 자신의 철학을 담아 창조하는 예술로 지칭할 수 있다. 그래서 골프설계를 말할 때 코스디자인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골프코스는 골퍼들의 놀이터지만 그 이전에 한 코스디자이너 혹은 코스설계가의 창조물인 것이다. 이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말은 혼이 담긴 사물을 빚어내는 장인정신이다. 자신의 철학과 미학을 담아 자연을 재가공하는 코스설계가는 장인인 것이다. 세계 100대 코스를 설계한 카일 필립스와 톰 와이즈코프는 그런 장인의 반열에 올라있는 이들로 통한다. 코스에 철학이 숨어 있지 않고는 선정될 수 없는 세계 100대 코스 설계가인 덕분이다. 세계 100대 코스로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에 위치한 킹스반스 골프링크스(61위)를 설계한 카일 필립스는 링크스 코스의 대가라 불린다. 투어프로 출신이 아닌 유명 코스설계가로 피트 다이와 톰 파지오, 톰 도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는 기존 코스 부지가 가진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톰 와이즈코프는 미 PGA를 포함한 전 세계 투어에서 통산 25승을 거둔 골퍼 출신의 설계가다. 1985년부터 설계를 시작했고, 1996년에는 미국 골프매거진이 선정하는 ‘올해의 코스 디자이너’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타 선수 출신이면서 스타 설계가인 그는 올드 스타일의 코스를 고집하며 투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성 높은 코스를 좋아한다. 그는 세계 100대 코스 64위에 올라 있는 로크로몬드 골프클럽을 제이 모리시와 공동으로 설계했다. 아름다움과 전략적인 샷의 가치 골퍼들은 코스를 말할 때 “거긴 좋은 코스야”, “아니, 그곳은 코스가 나쁘더라”라고 말한다. 그럼 좋고 나쁨의 기준은 무엇일까? 2명의 코스 설계가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코스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카일 필립스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사이프러스포인트와 퍼시픽 듄스를 예로 들었다. “사이프러스포인트는 다양한 전략과 기억에 남는 홀들을 갖춘 곳이다. 골프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다. 퍼시픽 듄스는 탁월한 링크스 부지에 전통적인 면모를 잃지 않으면서 부지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았다.” 심미성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 이렇게 덧붙였다. “좋은 코스는 골퍼들이 플레이하며 그곳의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자연이 골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도록 하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다.” 이러한 기호는 본인의 디자인 스타일로 나타난다. 그는 지형을 먼저 생각하고 그리고 그 위에 디자인을 입힌다. 그에게 설계란 자연을 더 빛나도록 하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을 그대로 남겨 둔다고 뛰어난 코스는 아니다. 카일은 “그린과 페어웨이, 티잉그라운드, 벙커 등 모든 요소들이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풍으로 벙커의 모래가 많이 날리는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들은 직벽에 가까운 폿벙커가 많은데 이것이 바로 자연과 설계의 유기적인 연결의 한 예다. 톰 와이즈코프는 설계가 중에서 앨리스터 맥켄지를 상당히 좋아한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사이프러스 포인트와 오거스타내셔널을 꼽았다. 카일과 똑같이 사이프러스포인트를 꼽았지만 그가 좋은 코스로 선택한 이유는 달랐다. 그는 선수출신답게 샷밸류와 공정성이 좋은 코스를 가르는 기준이라 생각했다. “골퍼들이 각각의 티잉그라운드에 섰을 때 어떻게 공략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좋은 코스다. 나는 어떤 홀을 설명할 때 그 코스의 대표적인 홀이라 불리는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 각 홀들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대표적인 홀은 골퍼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그는 좋은 코스는 전략성 이외에도 단순하면서 즐거워야 하고 기억에 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톰은 전통을 중시하는데 “고전적인 코스 형태와 폴스 프론트(그린 앞에서 착시를 유도해 실수가 나오게 만드는 방법)를 좋아한다”며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은 싫어한다”고 말했다. 착시는 코스 공략에 있어 조심성 없는 골퍼들에게 가하는 형벌이고 블라인드 홀은 티잉그라운드에서 코스에대한 고민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가 얼마나 전략적인 특성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코스를 가르는 설계가의 기준은 자신이 만드는 코스의 특징들을 보여준다. 카일은 킹스반스에서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코스의 면모를 보여줬고, 톰은 로크로몬드를 전략적인 챔피언십 코스로 만들었다. 자연과 돈이 코스의 미래를 좌우 코스 설계에도 흐름이 있다. 이는 르네상스와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같은 시대적인 흐름이다. 한동안 코스는 아기자기하고 모던한 양상을 띠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클럽의 성능이 좋아져 코스의 길이도 상당히 늘어났다. 거기에 복고주의 열풍으로 자연친화적인 모습이 점차 가미됐다. 이제 또 다른 코스 디자인의 변화가 불어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경제는 아직도 한파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코스는 포화상태에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명 코스 설계가들이 미국과 유럽이 아니라 중국과 한국, 중동 등 여전히 수요가 많은 아시아로 몰려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카일이 생각하는 코스의 변화는 두 가지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코스 설계다. 매우 고급스러운 코스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지어지는 코스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다른 한 가지 변화는 미니멀리즘이다. 코스는 단순, 간결해지고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스타일의 코스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톰이 생각하는 코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며 기존 환경을 최대한 살려 경제성을 확보하는 코스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는 코스 설계가 단지 설계적인 측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운영 및 관리에 대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또한 친환경적인 요소도 언급했는데 기존에 거주하던 동식물들의 서식을 위한 요소가 앞으로 설계 이어질 코스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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