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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휴전선 옆 西北端의 문화·예술 아이콘 헤이리 아트밸리 글ㆍ사진 =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김언호 헤이리 이사장이 운영하는 헤이리의 북하우스 내부. 한길사 대표인 그는 이 곳에 대형 도서전시 및 판매 공간을 마련, 관람객을 맞고 있다. 최근‘해방전후사의 재인식’ 발간으로 뉴스의 중심에 섰던 그의 신념을 상징하듯 고 함석헌 선생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관련기사 "접근성 문제 콘텐츠 개발로 극복" "헤이리는 실험·진보적 창작 행위" '캐주얼룩 바람' 그린이 젊어진다 극한의 상황 극도의 쾌감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화력(火力)과 병력이 밀집돼 있다는 서부전선 파주군 탄현면 법흥리 철책선 남쪽. 곳곳에 전차와 벙커, 철조망, 무장 병력이 눈에 띄는 살풍경한 이 곳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ㆍ예술의 아이콘(Icon)이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작가와 화가, 조각가에서부터 영화감독, 배우 등 이 땅에 내로라 하는 문화ㆍ예술인들이 둥지를 튼 마을의 이름은 ‘헤이리’. 행정구역상의 명칭인 법흥리에 들어선 마을을 헤이리라고 부르는 것은 파주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전래 농요 ‘헤이리 소리’에서 그 이름을 따왔기 때문이다. 헤이리는 최근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으로 도마에 올랐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출간한 한길사 김언호 대표(그는 헤이리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하 김이사장)의 머릿 속에서 아지랑이 처럼 피어 올랐던 꿈이 현실화 된 마을이다. 3월 현재 헤이리에 둥지를 튼 문화ㆍ예술 공간은 모두 80곳. 다양한 문화장르가 소통하는 공간을 지향하는 이 곳은 지난 97년 위원회가 발족한 이래 15만평의 대지에 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37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들중에는 화가 한상구, 조각가 김정재, 건축가 우경국, 영화감독 강우석 ㆍ강제규ㆍ김기덕ㆍ박찬욱, 방송인 김세원ㆍ황인용, 소설가 박범신, 사진작가 배병우, 가수 윤도현ㆍ정태춘, 탤런트 최불암ㆍ김민자씨 부부 등 당대 문화ㆍ예술계를 주름 잡는 인물들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은 나름대로의 업과 취미를 살린 박물관ㆍ 갤러리ㆍ 스튜디오ㆍ 작업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면면이 보여주듯 헤이리를 채우고 있는 콘텐츠는 다양하고도 풍요롭다. 하지만 이 마을 주민 370명이 꿈꾸는 이상향의 건설은 아직 진행형이다. 꿈이 이루어질 때 까지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따르듯, 이 들 역시 시행착오와 돌출하는 갈등을 대화와 토론으로 조율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자! 이 봄, 나른함을 접고 예술과 문학의 향기가 움트는 서북단 마을 헤이리로 산책을 나서 보자. 미술·출판 등 모든 장르 총망라 英 고서점 마을 '헤이온와이' 서 영감얻어 미술·음악가 등 합류 복합 전시공간으로 "당신 경제신문 기자지? 그 컨셉에 맞게 설명해 주지. 사업가들은 경제 논리로 돈을 벌려고 하지만 헤이리는 문화ㆍ예술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요" 헤이리를 처음 구상한 김언호 이사장의 논리는 단순 명료하다. '21세기 부의 창출은 콘텐츠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얘기다. 그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경제는 문화예술 보다 산술적일 뿐이요. 하지만 문화는 하나 더하기 하나가 다섯 개가 될 수도 있지.난 처음에는 내가 만드는 책의 문화를 확장하고 싶었어. 한길사는 단순한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통일 등 국가적 사명에 대해 고민해 온 출판사였거든. 책을 한 가운데 두고 여러가지 요소를 잇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던 거지" 김언호 이사장의 말 처럼 헤이리의 설계도는 그의 머릿 속에서 그려졌다. 김이사장은 지난 94년 런던에서 세 시간 거리인 잉글랜드와 웨일즈 접경의 헤이온와이(hay-on-wye)라는 고서점을 마을을 방문했을 때 헤이리의 영감을 얻었다. 외국의 도서전시회에 참여할 때 마다 국내 출판산업의 질적 아쉬움을 느껴오던 터였다. 헤이온와이는 리처드 부스(Richard Booth)라는 사람이 60년대 초 두메산골 촌구석에 헌 책방을 열어, 세계적인 문화 거점으로 성장한 곳이다. 김이사장은 '이 곳을 본떠서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공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던중 토지공사 주관으로 '파주북시티'를 조성 한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그는 하드웨어 중심인 북시티 근처에 소프트웨어 중심의 새로운 마을을 구상했다. 김이사장은 "97년 출판인 10여명이 모여 설익은 꿈에 종잣돈을 내고 작업에 들어갔는데 그 해 여름 사무국이 창설되면서 움직임이 빨라졌다"며"처음 생각은 전원 책마을 정도였는데 영화ㆍ 미술ㆍ 음악가들이 합류하면서 판이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는 북한 병사의 목소리가 들리는 이 곳에 문화ㆍ예술단지를 건설하려고 했던 그의 발상과 거기에 장단을 맞춰 뛰어든 초기 멤버들, 그리고 오늘의 헤이리를 만들어온 에너지가 궁금했다. 그는 이 같은 기자의 궁금증에 대해 "어려움 속에서 문제의식이 생긴다"며 "책이 잘 팔리면 이런 공간을 만들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과 문화ㆍ예술이 함께 있는 공간을 꿈꾸었는데 혼자 하는 것 보다는 여럿이 하는 게 아름답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큰 자본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많은 예술가 들이 손을 잡고 함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싶었던 그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 해말 우리나라는 IMF의 구제금융 신세를 지게 됐다. 그래도 헤이리 식구들은 애초부터 부동산 투자를 위해 모인 멤버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흩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98년, 토지공사와 계약을 맺었다. 지금이야 좋아졌지만 그 때만해도 철조망 옆의 헤이리는 삭막한 땅이었다. 기업들에 제안을 해도 어느 곳 하나 손 사레를 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돈이 없어서 6만평 짜리 땅으로 시작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규모가 커졌다. 마침내 2000년 4월 토목공사가 시작됐다. 낙관주의자인 김이사장도 "지금 생각해보니 모험이었다. 그나마 이 땅이 논바닥이고 산이어서 값이 싸고 인기도 없었다"며 "토지공급 조건이 넓은 땅일 경우 5년 분할 납입이 가능해서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0년초만 해도 헤이리 공간은 절반 밖에 채워지지 않았었지만 지금은 남아있는 땅이 없다. 입소문이 나면서 2003년 모든 필지가 분양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이리의 조성 작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예술계의 한 관계자는 "헤이리에 작업 공간을 가지려면 최소한 10억~20억원이 든다"며"말이 10억~20억원이지 예술하는 사람들에게 그게 예삿돈이냐"고 말했다. 그는 또 "입주 자격을 심사하는 것도 그렇지만 자금력이 없는 이들에게는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꿀수 없는 비버리 힐즈 일 뿐"이라고 말했다. 헤이리 구성원들간에 견해차도 풀어야 할 과제다. 문화·예술로 부가가치 창출 실험 입주율 30%에도 다 보려면 이틀 걸려 자유이용권 없어 입장 번거로운게 흠 부동산 투기와 지나친 상업화를 원천 배제한다는 원칙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 방법과 철학을 둘러싼 시각차는 적지 않기 때문이다. 3월 현재 헤이리에 들어설 문화ㆍ예술 공간 370곳 중 80여곳만이 들어선 상태다. 헤이리의 성패를 논하기에는 성급한 감이 있는게 사실이다. 문화ㆍ예술 이상향 '헤이리' 조성의 꿈은 아직 진행형인 셈이다. 헤이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의식과 고민이야 어쨌든 간에, 헤이리 구경은 즐겁다. 갤러리, 박물관에서 놀이시설 같은 캐릭터 공간까지 구경하고 즐길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대부분의 전시와 설치 작품은 그 품질이 믿을 만 하고 대부분의 전시관에서는 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정통 회화에서 도자기, 캐릭터, 식물, 음악감상 등 장르도 다양할 뿐 아니라 그 같은 예술을 창조하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아직 헤이리를 채워 나갈 콘텐츠의 30%정도만 입주한 것을 감안하면 그 잠재력은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공간은 10시 안팎에 개관해서 오후 6시쯤 문을 닫으며 휴관일은 각각 다르지만 주말에는 대부분 문을 연다. 다음은 간략하게 정리해 본 헤이리의 볼거리다. ■취림헌-궁체에서 더 발전한 서간체를 응용한 필체를 선보이는 전시공간. ■소담갤러리-생활도자기와 기성작가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곳 ■라임트리-야생화를 보면서 샌드위치와 생과일주스 등을 즐길 수 있는 카페 ■인물미술관93뮤지엄-600평 규모의 국내최초 인물 미술관 ■북하우스-책방 중심의 복합문화공간 ■아오카에루-인테리어숍과 갤러리 카페로 이루어져 있다 ■규원-산업도자기와 도자기공예를 감상할 수 있다. ■진아트-소극장, 영국과 프랑스의 단편영화를 소개한다. ■매거진하우스-전세계의 잡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문 서점. ■HASⅢ-앤틱숍과 갤러리, 소나무 한 그루가 건물을 꿰뚫고 있다. ■아고라-한국최초의 사설 정치박물관. ■딸기가 좋아-쌈지의 캐릭터브랜드 '딸기'의 전시공간 ■타임캡슐-한국정서가 깃든 다양한 전시품이 눈길을 끈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70개국 500여점의 악기가 전시돼있다. ■북카페 반디-4,000여권의 책속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곳. ■고막원-세계의 선인장을 한 곳에 모아 놓았다. ■동화나라-동화책과 그림책 등을 구비해 놓은 어린이 서점. ■한향림갤러리-근대 옹기를 전시하고 있다. ■포슬린하우스-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는 포슬린 페인팅 작가의 집. ■카메라타-방송인 황인용씨가 직접 음악을 틀어주는 음악감상실. 눈길 끄는 헤이리 공간들 '伸인상-기지개를 펴다' 전시중 ▦금산갤러리 = 헤이리 아트밸리 안에서 북하우스 다음으로 규모가 큰 전시공간이다. 메이저갤러리 중 처음으로 헤이리로 이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97년 로즈마리 트로겔(Rosemarie Trockel) 개관전 이후, 현대미술 중심의 미니멀, 설치, 미디어, 회화, 조각, 판화 등 다양한 전시를 기획, 소개하고 있다. 이혜정 큐레이터는 "해외 교류전을 통해 아싸두르, 오타 사부로, 아오키 노에, 이케우치 아키코 등 해외의 유명 작가를 소개 한 바 있다"며 "한국(KIAF) 일본(NICAF) 미국(New York, Sanfrancisco, Chicago) 중국(광쩌우, 상해) 등 다수의 국제 아트페어를 통해 한국 현대 미술의 해외 소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2006년을 여는 첫 전시로 12명의 신진작가를 선정, '伸인상-기지개를 펴다' 전을 1ㆍ2부에 나누어 전시하고 있으며 오는 4일 2부 전시를 시작한다. 토종식물과 도자기의 조화 볼만 ▦식물감각 = 갤러리와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전시 작품은 돌에 심은 이끼 등 우리 꽃이 주종을 이루는데 도자기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갤러리 전시 컨셉은 '식물 혹은 식물성'이다. 마숙현대표는 "우리 꽃을 문화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연구해 왔다"며 "우리 꽃을 식물 그 자체가 아니라 예술적 감각으로 변형시켜서 상업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마대표는 "식물감각에서 판매하고 있는 화분은 전문 도예가들의 작품"이라며 "생명과 화분을 함께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1층 갤러리와 2층 레스토랑이 서로 통해 있으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구현한 느낌이 든다. 전망 좋은 레스토랑을 컨퍼런스룸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아이들 풀어 놓으면 2시간은 '조용' ▦딸기가 좋아 = 쌈지 캐릭터 브랜드 '딸기'의 전시공간으로 다양한 상품의 전시는 물론 판매까지 하고 있다. 독특한 건축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 초청된 바 있으며, 에니메이션 상영 및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과 워크숍이 펼쳐진다. 이밖에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놀이 공간이 마련돼 있어 평일에도 유아들을 데리고 나들이 나온 젊은 부부들로 붐빈다. 옆 건물인 쌈지미술창고는 미술관의 개념을 탈피한 전시장 건물로 다양한 현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빈티지스피커와 아날로그 음의 매칭 ▦카메라타 = 방송인 황인용씨가 직접 선곡을 해주는 음악감상실. '카메라타'는 1930년대 일본의 극장에서 사용하던 초대형 빈티지(vintage:오래된 명품)스피커를 벽면에 배치해 놓아 클래식 마니아나 오디오파일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LP등 아날로그 오디오를 통해서 울려 나오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는 1만원을 내면 케이크와 음료수를 무제한 먹을 수 있다. 입력시간 : 2006/03/0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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