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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1월 6일] 올 하반기가 두렵다

인간은 꿈을 먹고 사는 존재이다. 비록 지금 순간이 어렵더라도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으면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낸다. 한국 사람들은 특히 이 같은 희망에 강하다. 자녀들에 대한 특별한 교육열 역시 ‘내 자식들은 나보다 잘살 것이다’라는 한국사람 특유의 ‘희망 철학’에 근거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극심한 경제위기를 맞아 우리는 또 한번 이 같은 희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비록 올 상반기는 어려울 지라도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올 하반기부터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이러한 긍정적 전망이 현실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경기는 이르면 이번 하반기부터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회복에 부정적 전망 많아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궁금해 하는 부동산시장 역시 하반기 들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해 발표한 대책의 시행에 필요한 조치들이 올 2월까지 완료되면 이후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르면 올 하반기 주택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이 조심스럽게 하반기 경기회복을 예상하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강력한 국제공조를 통해 전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으며 둘째, 정부 재정지출이 대폭 확대되고 셋째, 기업의 옥석가리기(구조조정)가 진행되면서 부도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불안심리가 가라앉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정말 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부정적인 전망도 많다. 첫째,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미국ㆍ중국의 경제가 회복돼야 우리 경제도 살아나는데 이들 국가의 경제가 올 하반기 회복되리라는 기대는 많지 않다. 오는 2010년에 가서 회복돼도 다행이라는 시각이 많다. 마켓워치는 5일 미 경제학회 연례회동 참석자들이 ‘침체는 이제 막 시작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실물 부문과 가계다. 미국 실물 부문의 침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서브프라임으로 한번 당한 가계가 이번에는 신용카드 빚으로 또 한번 치명타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둘째, 올 상반기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놀랄 만큼 악화되고 일부 기업들은 도산위기에 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은행권 자본확충 펀드를 서둘러 만든 이유 역시 이 같은 기업도산이 은행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반기 경기가 살아나려면 이 같은 기업도산이 상반기에 그치고 하반기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셋째, 지난번 외환위기가 주로 대기업들의 위기였다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중소기업ㆍ가계의 위기라는 점이 다르다. 대기업들의 급속한 실적악화는 하청기업으로 이어지고 이는 대규모 감원ㆍ감봉을 낳는다. 이는 소득감소를 불러오고 자연스럽게 주택담보대출 부실, 신용카드 부실로 이어진다. 중소기업과 가계의 부실은 대기업에 비해 그 대상도 많고 사정들도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또 중간에 새는 자금도 많다. 이에 따라 위기에 대한 처방이 훨씬 복잡하고 어려우며 정부의 정책효과가 가시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다. 위기장기화땐 후유증 커질수도 그동안 정부는 급속한 경기침체의 원인을 주로 외부적 요인으로 돌렸다. 지금까지는 맞는 얘기다. 그래서 국민들은 MB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처음 7%에서 5%로, 다시 3%로… 급기야 마이너스까지 떨어져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 하반기는 다르다. 지금 국민들은 올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에 기대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그러나 그 같은 기대가 무산될 경우 ‘인내의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 경제위기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과 불만이 MB 정부를 정면으로 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을 때 그 허탈함…. 후유증이 두렵다. 올 하반기가 두려운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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