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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0월 1일] 헛바퀴만 돈 부동산 정책

그렇게 바라던 규제를 풀었는데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아 정부로서는 답답하기만 한 모양이다. 부동산시장 얘기다. 시장은 여전히 시큰둥한데 굳이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자료까지 냈으니 말이다. 후속조치가 속속 추진되고 있는 만큼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려면 내년 이사철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의견도 많지만 무엇이 맞는지는 차치하자. 정부도 고심해서 규제를 완화한 만큼 당장 효과가 없다고 비판하기보다는 좀더 기다려 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정부의 설명처럼 시장이 서서히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 반복 '한국판 시시포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따져봐야 할 것은 1년 전 수도권 전역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확대한 것이 합당했는지 여부다. 수류탄이나 요격미사일 정도로 뛰는 집값을 잡을 수도 있는 것을 원자폭탄과 같은 매머드급 무기로 애꿎은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수요자들의 집 구매욕구를 꺾고 이사할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들어 시장 자체가 꼬꾸라졌으니 과하게 말하면 전쟁에서 적군만 죽인 게 아니라 민간인 살생에 도시까지 초토화시킨 꼴이다. 지난해 9월 정부는 DTI 규제를 서울 강남 3구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 금융사의 대출위험이 상승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지만 당시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 집값이 급등하면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강북 지역은 여전히 위기 이전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회복세도 더뎠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급등 지역만 선별 규제하겠다" "과도하게 오른 지역만 타깃으로 요격하겠다"는 등의 발언이 나온 것도 그래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과는 달리 수도권 전역과 제2금융권까지 DTI 규제가 일률적으로 확대됐다. 이미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는 강남권 외에 가격이 오른 다른 지역을 선별적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해 집값을 잡는 방안을 취할 수는 없었는지 여전히 떨쳐버릴 수 없는 의문이다. 이후 집값은 잡혔지만 거래시장마저 고사됐다. 서울 지역의 경우 아파트 거래량(7월 기준)이 지난 4년간의 평균거래량보다 60%나 줄었다. 새 아파트를 분양 받고도 집이 안 팔려 입주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고 건설경기도 싸늘하게 식어갔다. 지금 다른 모든 경제 부문은 경기회복을 노래하지만 건설 부문은 신음소리뿐이다. 한달여 전 대책발표를 연기하는 우여곡절 끝에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DTI 규제를 다시 푸는 8ㆍ29조치를 내놓은 것도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한시적이고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1년 전으로의 회귀나 다름없다. 과도한 정책보단 유연한 조율을 이로 인해 이 정부 역시 규제와 규제완화를 반복하는 '한국판 시지프스'를 재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시지프스가 열심히 돌을 굴려 올려도 다시 떨어져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부동산정책도 어느 순간 원상 복귀됐으니 말이다. 물론 1년 전 규제는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 금융시장 건전화 대책이라고 변명하겠지만 지금 주택담보대출과 은행건전성이 얼마나 나아져 다시 풀게 됐는지 잘 알지 못한다. 더구나 "절대로 DTI 완화는 없다"는 말을 번복하게 된 이유도 납득되지 않는다.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어느 때나 부침이 있고 위기도 있게 마련이지만 이를 과도한 정책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튜닝(조율)하는 것이 능력이고 이는 지도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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